‘형편이 웬간하면 갚지요. 정말 돈이 없습니다.’
돈은 없는데, 빚 독촉하면 정말 답답하다. 웬만하면 다들 갚는다. 위 글은 ‘웬만하면’, 또는 ‘엔간하면’으로 고쳐 써야 한다. ‘웬간하면’은 사전에 없는 말이다.

‘웬만하다’는 ‘정도나 형편이 표준에 가깝거나 그보다 약간 낫다.’, ‘허용되는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아니한 상태에 있다.’가 뜻이다. ‘웬만하다’의 본말은 ‘우연만하다’이다.

‘부장님 오늘 건강 상태가 웬만하다, 웬만하면 오늘은 술 먹지 말고 일찍 집에 가라, 웬만하면 등산복 한 벌은 다 있습니다, 부자가 많아서 웬만하면 고급 차 타고 다닙니다.’처럼 쓰면 된다.

비슷한 말로 ‘엔간하다’가 있다. ‘대중으로 보아 정도가 표준에 꽤 가깝다.’를 뜻한다. ‘몸 상태가 엔간하면 함께 가겠네만, 맛이 엔간하면 저도 먹었을 겁니다, 저 사람은 엔간해서 남의 말 안 듣습니다.’처럼 쓴다. ‘엔간하다’의 본딧말은 ‘어연간하다’며, 비슷한 말로는 ‘어지간하다’가 있다.

‘웬간하다’는 ‘웬만하다’와 ‘엔간하다’가 부르기도 비슷하고, 뜻도 비슷하다 보니 둘이 섞여 잘못 쓰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웬간히 하세요, 웬간히 먹어라, 웬간해야죠.’ 등등으로 흔히 사용되지만 바른말이 아니다.

어린이집 CCTV 설치가 의무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웬만하면 다 설치하도록 강제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지자체도, 어린이집도 당장 예산이 없어 걱정이다.

<본사 상무/총괄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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