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이인회 사회부장

너무 아득해서 들어보지 못한 듯 착시에 빠진, 그러나 들어보고 싶은 바람의 회자가 있다. ‘나라님 참 잘 뽑았다’, ‘우리 경제 싹수 있다’, ‘위정자들 정치 잘 한다’….

처음처럼 끝도 찬하 받은 대통령을 본 적이 없고, 이제는 숨통 틀만하다는 경기 전망을 들은 적이 없으며, 정치인들이 도매금의 손가락질에서 자유로운 장면을 본 적이 없다. 대한민국의 해돌이를 넉넉히 돌이켜 헤아려 봐도 그렇다. 물론 정치와 경제를 바라보는 시각이라는 게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다르고 대게 야박하게 평가절하 하는 게 상례라고는 하지만 민생과 직결되는 가치가 기대보다는 실망으로 귀결되는 악순환은 어떤 각도에서도 환영할 만한 일이 못된다.

대통령 지지율이 해빙기 살얼음처럼 푸석거리고, 정치는 이런 저런 정쟁 놀이에 빠져 민생보기를 돌같이 보고, 경제는 냉동시대에 박제돼 유통기한을 가늠키 어렵게 한다. 오죽하면 박근혜 대통령이 현재의 경제상황에 대해 “불어터진 국수를 먹는 형국”이라고 혀를 찼을까.
경제관련 법안이 국회에 볼모잡힌 사정을 한탄한 대목이 정치와 경제의 질긴 연동성을 패권의 시각에서 바라본 소회는 아닐는지 안타까울 따름이다.

지난 설 명절 전후로 민심 탐방이 정계의 화두였다. 도대체 알고 싶은 민심이 무엇인지, 진정 몰라 알고 싶은 것인지, 알고도 그 민심을 받잡지 못한 자괴감의 발로로 쇼하는 것인지 자못 궁금했다. 지역 국회의원들 몇몇의 귀띔으로는 서민경제 활성화, 즉 먹고 살고 싶다는 원초적인 목소리가 채집됐다고 하는데 그들만 모르는 것인지 아니면 모르쇠로 얼굴 두껍게 버티는 것인지 아리송하다.

실제 궁금하다면 양심에 화살촉 꽂힐 만한 몇몇 생생한 민심을 들려줄 수 있다. 흡연으로 명 재촉하는 이들은 담뱃값 갖고 장난친다는 원성을 토했다. 양치기 소년이 돼 버린 저가 담배 도입 소동이 그랬고 고양이 쥐 생각하듯 흡연가 건강 운운한 얄팍한 상술이 그랬다. 한 술 더 떠 증세를 새빨간 거짓말로 치부하는 목소리도 컸다. 한 베이비부머 아버지는 딸내미가 명절 친척들 보기 싫어하는 이유를 늘어놨다.

그 사정 뻔히 알면서도 잘나가는 남의 자식 빗대가며 취업 스트레스를 준다는 게 골자였다. 누군 좋은 자리에 취업하고 싶지 않아서 못하느냐며 반문하는 아버지의 얼굴이 상기됐다. 성마른 이들은 주권을 행사한 자신의 손을 끊어버리고 싶은 심정이라고도 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데 칭찬을 듣기 어려운 것이 지난 설 명절 연휴의 민심이었다. 누군가에겐 명절자체가 곤혹을 넘어 없어지길 바라는 폐습일수도 있다는 생각은 해 보셨는가.

대통령이 나라 걱정에 밤잠을 설치고 정치는 민심이 천심이라고 외쳐대고 경제는 살아나기 위해 발버둥 치는데 민심이 험한 이유는 무엇일까. 나라 걱정은 하되 비쳐지는 모습이 일방통행 걱정이니 불통이라는 원성을 사고 민심이 천심이라면서 저는 잘났고 남은 못났다며 악다구니만하고 동토의 불황 속에서도 큰 기업들은 승승장구하며 제 주머니 채우니 급급한데 기타 등등은 아등아등해야 본전치기조차 버겁다고 하니 문제다. 적어도 고통 분담내지 밑바닥 민심에 맞장구칠 용기가 있어야 동조를 얻을 텐데 그 가장 중요한 공감이 결여된 채 시끌벅적한 시장통을 연상시키는 정국이 아닌가 싶다.

인적쇄신이니 선거구 획정이니 하는 과목은 실상 국민들에게 큰 관심을 받지 못한다. 먹고 살만한 축이래야 이런 큰일에 곁눈질이라도 하는 법이다. 잠시 잠깐 명절 민심에 귀 기울인 정치가 인적쇄신이니 선거구 획정이니 또다시 당리당략에 빠져 허우적거린다면 국민을 두 번 기만하는 꼴이다. 걸터듬은 민심의 진정성을 ‘먹고 살고 싶다’로 판단했다면 단 하나 절대 과제의 답은 나와 있다. 지난 25일은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 2주년이었다. ‘불어터진 국수를 먹는 형국’을 타파하기 위한, 최소한의 국민적 갈망을 풀어주기 위한 답을 내놓을 때다. 그게 민심 제대로 받잡는 정치의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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