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호 상무이사/충남본부장

솔선수범하지 않으면 신뢰하지 않고 따르지 않기 때문이다. 최고 권력자가 신경을 곤두세우며 감시하고 감독해도 친인척을 비롯한 주변인들의 부정과 비리를 막는 데는 한계가 있다. 지도자의 단호한 처벌의지 천명과 실천으로 스스로 멀리하게 만드는 것이 최선일 것이다.
과거 정권에서는 많은 친인척과 측근들이 각종 비리에 연루돼 옥살이를 했다. 전두환 정권부터 이명박 정부까지 모든 정권이 친인척 또는 측근 비리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형이나 동생, 사돈에 팔촌까지 호가호위하며 각종 비리를 저질렀다.
또 정권 창출에 기여한 가신들의 비리도 속출했다. 최근에는 이명박 정부의 자원외교와 관련 검찰 수사가 시작됐다. 경남기업과 오너일가가 비리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고, 포스코도 수사를 받고 있다. 군부의 비리도 잇따라 터져 나오고 있다. 해군 참모총장 2명이 구속되는 등 군 수뇌부의 비리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성역 없는 수사를 외쳤지만 군사보안이라는 장막에 막혀 그때마다 성역으로 남았기 때문이라는 견해가 많다.
30여 년간 총리로 재직했지만 이렇다 할 친인척 비리는 없었다. 청렴을 국가 운영의 최우선 덕목으로 삼고 부정부패 척결에 총력을 기울여 세계적인 선진 청렴국가를 만들었다. 지난 23일 타계한 이광요(李光耀·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 얘기다. 이 전 총리는 권력의 주변이 가장 위험하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친인척 비리를 근절하기 위해 이권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철저하게 관리했다. 이 전 총리의 부친은 아들이 총리에 오른 뒤에도 70세가 넘도록 시계 수리점을 운영하기도 했다.
부정부패 방지를 위해 각종 제도도 꾸준히 정비하고 단호함을 잃지 않았다. 이 전 총리는 일찍이 1960년 총리 직속으로 부패행위조사국을 설치해 공무원 등의 부패를 엄단했다. 그는 지근거리에서 보좌해 온 측근들에게 높은 도덕성을 요구했고 가장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 비리를 근절했다. 비리혐의로 조사를 받던 한 장관이 면담을 요청하자 조사가 끝날 때까지는 만나지 않겠다고 단호히 거절했다.
그가 스스로 목숨을 끊자 유족들은 고인의 명예를 위해 부검만은 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 이 전 총리는 의사의 자연사 소견서가 있으면 부검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의사는 음독 소견서를 냈다. 부검은 당연히 진행됐다.
배려정신도 돋보인다. 그는 2011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죽거든 살던 집을 허물어라”라고 유언해 화제가 됐었다. 자신의 집이 성역화 돼 이웃에게 집값하락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또 재임기간 동안 전용기 대신 일반 항공기를 이용했고 1등석 승객 중 가장 나중에 기내 서비스를 받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가 퇴임 후에도 존경받는 이유다.
이완구 총리가 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역대 정권 대부분이 집권초기에 부패척결을 선언하고 대대적인 사정작업을 벌였다. 그러나 수 십 년이 지난 지금도 부패와의 전쟁은 계속되고 있다. 최근에는 ‘김영란 법’이 국회를 통과했고 국무회의 의결까지 마쳤다. ‘김영란 법’이 시행되면 마치 저절로 부패가 사라질 것으로 착각하는 사람이 많다. 지금까지는 법이 없어 부정과 비리가 근절되지 않았는가. 중요한 것은 법이 아니라는 얘기다. 지도자의 의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