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5인방 밴드 그들 선율은 희망·용기 어제의 눈물 새 빛 되어 신명나는 인생'고고씽'
◆노숙인 출신 밴드 '도개걸윷모'인생은 굴곡이 있기 마련이다. 달갑잖지만 좌절과 시련은 약방의 감초마냥 우리 삶을 개입한다. 발버둥 쳐도 수렁에 덜미를 잡힌 몸뚱이는 좀처럼 헤어 나오지 못한다. 그러다 체념해버리면 재기는 물거품이 될 수 밖에 없다. 지난날 아린 상처를 딛고 자존감을 되찾아 가는 이들이 있다. 이제 소박하나마 잊혀진 꿈을 주섬주섬 집는다. 음악으로 희망과 용기 바이러스를 전파 중인 노숙인 출신 밴드, 도개걸윷모 기교나 세련미를 찾기에는 아직 그들의 음악은 거칠다. 그러나 느낌이 살아있다. 산다는 것에 대한 질퍽한 무엇처럼 폐부에 감기는 그네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1. 윷놀이 판을 깔다"윷가락 4개는 땅을, 도, 개, 걸, 윷, 모는 하늘을 뜻하며 각기 다른 부족을 상징합니다. 윷가락 4개는 벧엘의 집 부설기관인 '쉼터', '희망진료센터', '희망지원센터', '사회적기업 야베스공동체'를, 도개걸윷모는 고향도 이름도 다른 우리가 우정과 사랑을 나누며 벧엘의 집 지붕아래 함께 살고 있음을 표현하고자 했습니다.도개걸윷모를 이끌고 있는 원용호 단장(사회적기업 야베스공동체대표)의 설명이다. 봉고와 노래를 담당하는 원 단장은 벼랑 끝에서 한뎃잠을 자 보지 않은 유일한 사람이다. 다른 멤버들은 천생 마음씨 좋은 이웃집 아저씨 포스다. 기타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는 이용주(58) 숯부작 팀장, 베이스와 노래를 맡고 있는 오규율(54) 숯부작 사업·영업 부장, 드럼 김준수(51) 야베스공동체 경영지원 실장, 건반 서동철(48) 세탁사업부 상무가 밴드를 구성하는 5인방이다.사실 밴드는 통기타를 멘 중창단이였다. 2007년 창단했고 다섯이 입 맞춘 건 1년 정도 됐지만 드럼이며 건반 등 악기를 장만한 것이 이제 한 달 남짓이다. 지금은 연주 실력이 걸음마 수준이라는 이실직고 뒤에 너스레웃음이 그래서 터졌다.#2. 눈물젖은 빵에 이별을 고하다원 단장 말마따나 멤버들은 나이도, 고향도 다르다. 노숙인이라는 주홍글씨를 새겨야 했던 사연도 제 각각이다. 공통점이라면 삶의 무게에 짓눌린 크고 작은 흉터를 지니고 있다는 정도다. "천직으로 알고 살았던 전기사업에 실패하고 밑바닥으로 떨어졌습니다.(이 팀장)", "교감으로 명예퇴직 후 인생의 쓴 맛을 보게 됐지요.(오 부장)", "은행원으로 27년을 살다 어찌하여 이 길로 밀렸습니다.(김 실장)", "사업 실패가 원인이었죠.(서 상무)"세월이 약이라고 하나 아물지 않았고 여전히 상기하고 싶지 않은 과거지사를 끄집어내는 게 여간 무안하지 않았다. 그들의 인생 한 자락이 어쩌면 아등바등 살아도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뒤얽힌 실타래가 아닐까 잠시 상념에 젖었다.더 이상 쓰디 쓴 실패의 잔상에서 허우적거리지 않는다. 단원 모두 '벧엘의 집' 구석구석에서 인생 제 2막을 쓰고 있다. 과부사정 홀아비가 안다고 거리를 헤매는 이들의 속내를 들여다보고 바로 설 수 있도록 보듬는 리더 역을 잘 소화한단다. 넌지시 화제를 꿈으로 돌렸다."재기요. 쉽지 않습니다. 제 나이가 몇인데요. 전기는 전문기술이어서 지금 같은 처지가 아니더라도 2~3년 공백이면 따라가지 못합니다. 현재 생활에 만족합니다.(이 팀장) 희망은 나이 든 사람들에게 사치입니다. 사회구조가 그렇잖습니까. 여의치는 않지만 희망이라는 것을 그려보고 있습니다. 3년 이상 떨어져 지넨 가족을 만나고 싶고, 그렇게 할 겁니다. 특히 80이 넘으신 부모님 생각이 간절합니다.(오 부장) 가족이 뿔뿔이 흩어져 세 집살림을 하고 있습니다. 이제 합쳐야죠.(김 실장) 경제적인 욕심은 없습니다. 지금 생각은 여기(벧엘의 집)에서 죽을 때까지 식구들하고 함께 살면서 봉사하고 나누고 싶습니다.(서 상무)"소박하지만 간절한 그네들의 희망이 오롯이 매조지 되기를 기원한다.#3. 은혜롭게 사는 법매주 수요일 찬양예배 무대만 50번 이상 섰다. 부처님 오신 날, 4대강 중지 기도회, 노숙인 추모제 등 외부 초청행사에도 제법 불려 다녔다. 물론 대부분 밴드로서가 아니라 중창단 '도개걸윷모'로다. 개런티라고 해야 지금까지 한 차례 10만 원을 받은 게 고작이지만 결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전문 음악인이 아닌데 개런티를 운운하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죠. 상처받고 아픈 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이 팀장) 남에게 보이는 것도 좋지만 나 자신이 밴드를 통해 은혜를 받았습니다. 내가 만족해야 남들이 느끼지 않을까요.(서 상무)"어엿한 밴드로 멋진 무대를 선보일 날이 그리 멀지 않아 보인다. 한 때 대한민국을 대표했던 밴드 '위대한 탄생'의 멤버였고 프로모션을 했던 조성국 사장(동구 가오동 신게동 장어)과 유명 드러머 출신의 지배인이 뒷배를 자처하고 나섰기 때문이다."올 해부터는 일정을 잡아 제대로 연습할 겁니다. 우리도 해 볼만하다고 봐요."평범한 일상에서 깨닫지 못한 게 복지라고 입을 모은다."내 배 불러야 체면치레로 주머니 여는 게 상례 아닙니까. 솔직히 사회 생활할 때는 춥고 배고픈 사람들에게 신경 쓰지 않고 살았습니다. 직접 느껴보니 우리나라 복지 생각보다는 괜찮습디다. 질적으로는 많이 부족하지만요."새 해가 되면 누구나 소망을 말한다. 어제의 아픔을 털고 내일의 빛을 품고 싶은 인지상정이다. 도개걸윷모의 날갯짓이 유쾌하고 신명나는 윷놀이 판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