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를 둘러싼 걱정이 한소끔 또 한소끔 끓어오르다 못해 넘칠 지경이다. 대한민국 신성장동력으로 지목된 백년대계의 처지가 애처로우니 딱할 따름인데 어찌된 일인지 장탄식이 충청도에서만 터져 나온다. 불문곡직하고 기이한 현상이다. 대관절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가 무엇이기에 충청도 사람들을 가시방석으로 내모는가.결론부터 말하면 변죽만 요란했지 실체는 아직 싹도 트지 않은 날 것에 가깝다.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에 내세운 공약이자 정권을 창출한 뒤 꾸려진 인수위원회에서 3대 국가프로젝트로 전면에 등장시켰다는 점만큼은 분명하다. 행정도시와 대덕특구, 오송·오창에 과학벨트를 조성,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육성하겠다던 대통령의 일성도 뇌리에 확실히 각인돼 있다.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충청권은 대통령의 입을 빌어 성립된 깨질 수 없는 공식이다.그 과학벨트를 전국이 헤집고 있다. 너도 나도 과학벨트를 유치하겠다고 호들갑을 떤다. 과학벨트는 아무나 찰 수 있는 허리띠가 아니다. 감히 나라님이 뱉은 약속을 여기저기서 무시하고 구두선(口頭禪)으로 변질시키려 하다니 무례하기 짝이 없는 노릇이다. 국가의 부(富)를 생산하는 중차대한 과업을 두고 국론 분열의 작태를 연출하는 만큼 대통령이 나서 따끔하게 혼꾸멍낼 법도 한데 무슨 속내인지 강 건너 불구경 모드다.되레 일개 청와대 과학기술비서관이 원점 재검토를 운운했다. 정부가 나서 남의 밥상에 숟가락 올리려는 이들에게 비빌 언덕을 내 준 꼴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정치권은 동상이몽으로 우왕좌왕이고, 전국 광역자치단체들은 앞 다퉈 군침을 흘리며 눈독을 들이고 있다. 전형적인 정치논리의 아귀다툼이자 두 말할 나위 없는 국력 낭비다. 이제 상도의를 탓하기도 넌더리난다.이 대통령이 과학벨트의 입지를 충청권으로 구상한 것은 그 만한 이유가 있어서다.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육성하는 데 행정도시와 대덕특구, 오송·오창의 조합만큼 최적의 인프라가 밀집돼 있는 곳이 없기 때문이다. 이제 와서 충청권 과학벨트는 오판이었다고 두루뭉술 시인하려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시미치 뚝 떼고 공평하고 객관적인 심사라며 공모를 강행하고 충청권에 탈락 카드를 꺼내드는 속이 훤한 꼼수는 아니라고 본다. 그때서야 공분을 누그러뜨리겠노라 세종시 수정안 마냥 저급한 아류작을 손에 쥐어주려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무엇보다 대권을 잡을 요량으로 500만 충청인들에게 부도수표를 날린 것은 더더욱 아니라고 본다. 과학벨트 음모론이 유통된 적이 있다. 친(親)수도권 정부가 세종시 수정안을 관철시키지 못하면 그 반대급부로 과학벨트 공약은 국물도 없을 것이라는 일종의 불편한 함수관계였다.믿고 싶지 않지만 돌아가는 판세는 음모론이 공연한 기우가 아니었음을 다 들리게 귀띔한다. 좌고우면할 것 없이 생각대로 구슬만 꿰면 될 일이다, 더 이상 뜸들이지 말고 약속을 있는 그대로 이행하겠다는 ‘대통령의 뜻’이면 작금의 혼란과 혼선은 매조지할 수 있다. 일국의 대통령이 신의를 저버린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굳이 논어, 맹자 들먹이며 신의를 잃은 정치의 말로를 상기시키지 않더라도 그런 패착은 두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 충청권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만큼은 몹쓸 정치의 희생양으로 폐기처분해선 안 된다.철딱서니 없는 일부 충청인들이 ‘과학벨트 유치’를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과학벨트 태생이 충청도인데 이를 유치하자고 악다구니치는 것은 전국 공모를 인정한다는 통 큰 양보와 다름없다. 쏘아붙이자면 개념부터 찾아보길 간곡히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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