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둑이 제 발 저린다고, 난 그런 뜻이 아니었는데 왜 그렇게 민감하게 반응하는지.’
대화 도중 괜히 발끈하면 어떤 의심을 살 수도 있다. 그런데 이때 사용하는 ‘도둑 제 발 저린다’는 표현은 바른말이 아니다. ‘도둑 제 발 저리다고’로 표현해야 바른말이다.
‘오금이 저린다’를 많이 사용하지만 역시 같은 실수다. ‘오금’은 ‘무릎의 구부러지는 오목한 안쪽 부분’을 의미한다. 흔히 ‘저지른 잘못이 들통이 나거나 그 때문에 나쁜 결과가 있지 않을까 마음을 졸일 때’ 사용하는 말이지만 위 예문처럼 ‘저린다’ 형태로 쓰면 곤란하다. ‘오금이 저리다’로 써야 옳다.
‘저리다’는 '형용사'이다. 그래서 ‘저린다’로 쓸 수가 없다. ‘고프다’를 ‘고픈다’로, ‘아프다’를 ‘아픈다’로 쓸 수 없듯이 형용사는 ‘-ㄴ다’형태로 사용하지 않음을 명심해야 한다.
‘저리다’는 ‘뼈마디나 몸의 일부가 오래 눌려서 피가 잘 통하지 못하여 감각이 둔하고 아리다, 뼈마디나 몸의 일부가 쑥쑥 쑤시듯이 아프다, 가슴이나 마음 따위가 못 견딜 정도로 아프다.’를 뜻한다. ‘저리어, 저려, 저리니’ 등으로 활용된다.
따라서 ‘오랫동안 책상 위에 꿇어앉아 있었더니 발이 저려 혼났다, 아들의 사업 실패 소속을 접한 어머니는 가슴이 저린지 하루 종일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처럼 사용한다.
북한이 목함지뢰를 매설해 우리 군에 피해를 입히더니 대북방송을 비난하며 포까지 쏘아 남북관계를 긴장 국면으로 몰아가고 있다. 이쯤 하면 도둑이 제 발 저리니까 그런다는 소리를 들을 만하다. <본사 상무/편집국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