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국 (본사 상무/편집국장)

지금 우리 사회의 고질적 병폐 중 하나는 나와 생각이 다르면 틀린 것으로 판단하고, 상대를 아주 과격하게 배척하고, 적대시하는 편협한 사고(思考)다. 모든 분야에서 그 정도가 지나쳐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에 잦은 반목과 균열을 부른다. 다름과 틀림을 구분하지 못하니 사회적 합의가 필요할 때마다 대화를 통한 해결보다는 저급한 싸움판이 우선되는 것이다. 특히 보수와 진보의 대립에는 매도와 배척이 난무하고, 분기탱천한 적의(敵意)만 가득하다. 동족상잔의 비극을 치른 우리이기에 불가피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자위(自慰)는 해보지만 이러한 병을 고치지 않고서 과연 우리의 미래는 있을까 하는 의문마저 드는 것이 사실이다.

오늘 모두가 목도하고 있는 광란의 역사교과서 논쟁. 이 대립도 다름과 틀림을 구분하지 못하는 사회의 병폐를 여실히 드러낸 것이며, 병폐에 무감각한 무지한 사회의 극치를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정치권과 학계를 넘어 설상가상 국민들까지 찬반 양분돼 감정의 골이 깊숙이 패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국정화에 쐐기를 박아버렸다. 추세대로라면 국정화는 강행되고, 이를 반대하는 학계 및 야권의 투쟁은 강도를 높여 대한민국호의 항해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학생들에게 바른 역사교육을 하기 위해서라고 주장하면서도 학생들이 어떤 눈으로 바라볼지 관심이 없어 보이는 듯한 어른들의 날선 대립이 당황스럽다. ‘학생들의 올바른 역사관 정립, 나아가 미래 대한민국의 번영’에 큰 의미를 부여하며 이를 위해서는 올바른 역사교육이 꼭 필요하다는 찬반 양측의 주장은 그래서 비합리적이고, 비교육적이다. 그래서 역사 교육을 통해서만 이게 가능한 것처럼 생각하고, 행동한다. 아니다. 역사는 많은 교육 중 한 부분일 뿐이며, 여러 가지 교육을 통해 미래 동량으로 성장하게 되는 것이다.

세계적 추세가 검정화이고, 역사를 바라보는 인식은 서로 다를 수 있으므로 학생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역사를 해석할 수 있도록 검정화해야 한다는 것이 국정화 반대를 주장하는 목소리다. 현 역사교과서가 좌편향 사고가 많이 반영돼 학생들에게 그릇된 역사관을 심어줄 수 있으므로 올바른 역사 교과서 제작을 위해 국정화가 바람직하다는 찬성 주장이 맞선다.

이런 교과서 논쟁은 다름을 다름으로만 인정한다면 머리를 맞대어 풀 수 있는 일이다. 입장에 따라 생각이 다른 것은 당연하다.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사회가 겪는 보편적 현상이다. 따라서 논쟁 자체를 나무랄 일은 아니라고 본다. 논쟁을 통해 좋은 결과를 도출한다면 차라리 훌륭한 결과를 위한 바람직한 과정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다름은 없고, 틀림만 존재한다는 데 있다. 그게 병이다. 단지 다름이 문제라면 합의 도출이 어렵지 않겠지만 나는 옳고, 상대는 틀렸고 잘못됐다는 생각이 전제가 된다면 틀린 의견에 어떻게 찬성할 수 있고, 합의 도출이 가능하겠는가. 지난한 과제일 뿐이다.

나와 다른 생각은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를 뿐이라며 다름을 받아들이고 시작해보라. 그 다음 정부가 좀 더 시간을 갖고 여야와 함께 논의해 추진하든, 역사왜곡이 심해 문제라는 현행 검정 교과서를 머리 맞대고 조금 수정해보든, 국정교과서와 검정교과서를 함께 시중에 내놔 국정과 검정의 병행 체제를 도입하든 다른 의견들을 내놓고 논의해야 한다.

학생들에 대한 바른 역사 교육은 정말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분출하는 이 엄청난 양극화와 극한 대립을 차단할 교육도 무엇보다 절실하다. 불행히도 미래 주역 학생들도 다름과 틀림을 구분 못하는 사회의 고질적 병폐를 그대로 답습하며 성장하고 있는데 이를 개선하는 것보다 과연 역사 교육이 우선이라 말할 수 있을까. 역사교과서를 둘러싼 이 논쟁에 서둘러 종지부를 찍고, 우리 사회의 병폐를 치유할 수 있는 교육에 대해 지금처럼 열띤 논쟁을 벌이는 모습을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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