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흡연이 점심시간마저 위협하고 있다. 각 학교 점심시간 운영 규율이 다른 가운데 일부 학생들은 교사의 눈을 피해 몰래 외출을 시도, 피시방 또는 후미진 골목, 주택가 등에서 흡연을 하기도 한다. 외출이 허용되는 학교에선 재학생이나 행인의 눈을 피해 흡연하는 모습이 종종 포착되기도 한다. 학생을 직접 지도하는 교사 입장에선 일거수일투족을 감독할 수 없어 곤혹스럽는 입장이다.

최근 보건복지부와 교육부는 청소년 흡연이 역대 최저로 줄었다는 통계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6월부터 한 달간 실시된 조사는 전국 17개 시·도 800개 중·고등학교(중1~고3) 6만 8043명의 학생들이 참여했다. 지난 2005년 11.8%에서 2007년 13.3%까지 치솟은 흡연율이 올해엔 7.8%로 지난 10년 동안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질병관리본부는 담뱃값 인상과 금연교육 강화 등이 흡연율 감소를 이끌어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통계와 달리 실제 학교 현장은 여전히 청소년 흡연과 힘겨운 싸움을 벌이는 분위기다.

특히 점심시간의 경우 일부 학생들은 감독이 느슨해진 틈을 타 밖으로 몰래 외출해 후미진 골목 등에서 흡연을 하거나 피시방을 찾는 등 교내 규율에 어긋난 행동을 하고 있다. 현재 학교는 교장 재량으로 점심시간을 각각 다르게 운영하고 있는데 일부 학교에선 점심시간 외출을 허락하는 곳도 있고, 그렇지 않은 학교에선 외출증을 끊는 방식으로 바깥 출입을 허용한다. 학생들은 그 시간 동안 잠깐 빠져나가 흡연을 하고 오거나 담배를 구입하고 있었다.

서구의 한 중학교 근처 주택가에 거주하는 A(30) 씨는 “점심시간만 되면 몇몇 학생들이 나와서 피시방을 가거나 담배를 피는 모습을 종종 목격한다”면서 “한마디라도 하면 득달같이 달려들거나 욕설을 하는 학생들도 있어 보고도 못 본 척하는 어른들이 있다. 일부 학생들은 주차된 차문을 열어보는 등 납득할 수 없는 행동도 하고 있어 학교 근처 주택가 건물관리인들은 점심시간 즈음해서 신경이 곤두선다”라고 설명했다. 한 육아·교육 커뮤니티사이트에선 일부 학생들의 흡연 실태에 대해 사진과 학교 등을 설명해놓고 지도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게시물을 올리기도 했다.

B고 정 모(18) 군은 “요새 친구들 사이에서 가장 큰 관심이 학업 외에 흡연”이라면서 “남자든 여자든 흡연을 하는 학생들은 뭔가 더 힘있어 보이고 또 어른스러워 보인다는 생각에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갈수록 더 심해지고 있고 틈만 나면 담배를 어떻게 사야 할까 여러 방면으로 고민하고 있다”라고 귀띔했다. C중학교 학생생활지도 담당 교사는 “학교마다 다르지만 우리 학교는 점심시간 외출을 금하고 있다. 다만 교사들의 감독이 허술해지는 틈을 타 후미진 곳에서 또는 막 하교하는 시간에 담배를 피는 경우가 있는데 학교 주변 단속도 실시하고 있는 만큼 교내에선 철저히 감독하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담배를 피지 않는 경우가 가장 이상적이지만 아이들을 어떻게 설득해서 흡연을 줄일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게 중요하다. 또 흡연을 왜 하지 말아야 하는지 납득시키는 작업도 청소년 흡연율 감소에 중요한 포인트”라고 설명했다.

권은선 기자 esp@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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