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국 상무이사/편집국장

근로기준법, 파견법 등 정부의 노동개혁 5대 법안 입법이 추진되고, 이를 저지하기 위한 노동자 단체가 항의 집회를 벌이는 등 팽팽한 긴장이 지속된다. 정부와 노동계 간의 건전한 대립 차원이던 양상은 노동계의 과격시위로 인해 곱지 않은 여론이 형성되는 등 노측에 불리한 형세로 전개되고 있다. 과격 시위에 묻히면서 초점은 온데간데없고, 절과 절에 들어간 사람, 과격시위만 부각된다.
노동계의 반대에도 불구, 선진국의 고용 시장 흐름에 맞춰 결국 유연한 노동시장이 조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불가피한 선택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시장이 열릴수록 사회적 약자, 근로자들을 위한 관련 노동법의 엄정한 집행을 담보하기 위한 정부의 강력한 의지는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선진국과 유사한 실업급여 혜택과 소규모 근로자 집단의 권리 보호를 위한 노동 부서의 철저한 관리감독 등 음지에서 일하는 노동자를 위한 정책적 배려에 대한 갈망이다.
사회적 약자 보호는 소득 보장 외에도 소득 재분배 기능과 건전한 경제 구축, 안정된 사회를 약속하게 된다. 그래서 약자 보호는 약자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국민 전체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 노조가 있다 해도 노동자의 권리 찾기는 능력 밖이고, 노조를 만들 수조차 없는 살벌한 근로 환경에서 고개 숙여 지내는 근로자들도 적지 않다. 퇴직 이후 국가기관의 도움으로 민원을 해결할 수도 있지만 강자인 사용자와의 싸움은 애초 약자에게는 피곤한 도전이다. 관계기관의 상시 고용실태 조사와 노동법 준수 여부 점검 등 관리감독을 통한 제도적 보호만이 음지를 양지로 만드는 길이다.
아무리 노동법이 엄격하다고 해도 어쨌든 근로자는 사용자에 비해 약자이다. 노동관계법 개정을 통해 새로운 노동시장을 열고 경제를 살리겠다는 의도 또한 국민을 위한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힘없는 소수의 근로자, 그 국민의 보호에 더욱 치중해야 하는 이유는 명백하다.
사회적 약자 보호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우리 사회가 세계 10위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했으나 여전히 사회는 소득 재분배기능의 저하로 인해 소득 불균형이 만만치 않다.
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2014년 소득기준 지니계수(완전평등을 의미하는 0과 완전 불평등을 의미하는 1 사이의 값을 나타내는 데, 수치가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 정도가 심하다는 의미다)는 0.331로 전년보다 조금 상승했다. OECD 국가 중 중간 정도이긴 하다. 그러나 지니계수 작성이 국가기관의 공식 통계 수치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설문조사를 통한 것이어서 실제는 더 높을 수밖에 없다. 여하튼 90년대 금융위기 이후 소득불균형이 조금 더 심화됐다. 세제 등을 통해 소득불균형이 시정되지만 근로자들에게 그리 우호적이지 않은 방향으로 세제가 변화한 것도 원인 중 하나다.
더구나 자산 지니계수로 보면 훨씬 더 심각하다. 배 가까이 수치가 뛰어오른다. 자산을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불균형이 심각하다는 이야기인데, 근로자들에게 직장은 모든 것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근로소득 이외에 다른 자산이 없으므로 직장을 잃는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다. 자산이 많으면 회사를 그만두더라도 정상 생활이 가능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대다수여서 퇴직에 극도의 공포심을 느끼게 되고, 쫓겨나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대처하게 되는 것이다.
2015년 한 장 남은 달력마저 곧 허리를 내줘야 하는 오늘. 노동관계법 입법으로 변화된 노동시장의 등장을 예고한 이 시점에 사회적 약자로 살아가는 힘없는 근로자들이 노동법의 보호 아래 마음 놓고 일하는 행복한 2016년을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