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퇴근 후 집에 들어오면 리모컨부터 찾는다. TV를 켜고 채널을 반복적으로 돌린다. 영화, 연예, 코미디, 드라마 등 채널이 많아지면서 새벽까지 볼 프로그램이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내일 출근할 생각에 부담스럽지만 새벽까지 TV를 보는 습관은 좀처럼 고쳐지지 않는다. 최근에는 밤을 새고 TV를 보는 횟수도 잦아진다. 당연히 생체리듬은 깨지고 다음날 사무실에서는 무기력하다. 이러한 생활이 몇 달째 반복중인 이모(35)씨는 어떻게 해야 이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초등학교 4학년, 2학년 아이를 둔 주부 김모(38)씨. 하루종일 텔레비전 곁을 떠나지 못하는 아이들 때문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TV를 없애겠다고 으름장을 놓아도 아이들은 별반 달라진 것이 없다. 심지어 식탁에서 밥을 먹기보다는 TV 앞에 앉아 밥을 먹기가 일쑤다. 개학 후 힘들어하는 아이를 보니 걱정이 된다. TV, 인터넷, 비디오, 휴대폰 등 미디어가 범람하면서 미디어 중독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들은 미디어가 생활의 일부 또는 전부가 돼, 한시도 떨어져서 생활할 수 없을 것 같은 상태에 이른 경우다. 대전선병원 정신과 김영돈 박사를 통해 미디어중독의 하나인 TV중독에 대해 알아본다. ◆TV중독이란거의 하루종일 TV를 켜놓고 살거나 TV를 보지 않으면 불안 증세를 보이는 상태를 `TV 중독증`이라고 한다. 하지만 `TV 중독증`은 니코틴 등 생물학적 중독과는 달리, 병으로 치부할 만큼 심각한 증상으로는 보지 않는 게 통례이다.그러나 TV가 재미있어서, 또는 본인이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찾아서 보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단순히 시간 때우기 식이라면 문제다.예를 들어 TV는 보고 있지만 머릿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거나, 웃기는 장면이 나와도 멍하게 화면을 응시하고 있는 경우를 말한다. 이런 경우의 대부분은 대인관계에 문제가 있거나 현실도피적인 성향을 갖고 있는 ‘은둔형 외톨이’일 가능성이 높다. ‘은둔형 외톨이’는 핵가족화와 인터넷 보급 확산 등 사회구조와 환경의 급속한 변화로 생긴 신조어다. 이들은 혼자 있는 시간이 많고, 그 시간이 길어지다보니 외부활동마저 귀찮아져 여유시간이 생겨도 집안에만 틀어박혀 지내는 사람을 말한다.대전선병원 정신과 김영돈 박사는 “ 이른바 `TV 중독증`은 영상매체가 발달한 문화환경에서 비롯된 하나의 습관일 뿐이라며 치료방법을 동원하기보다는 나쁜 습관이나 행동을 바로잡는 교정 원리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TV중독의 문제보통 TV를 보는 자세는 비스듬히 앉거나 눕거나 둘 중에 한다. 올바른 자세로 장시간 TV를 보는 것은 어렵기 때문이다. 이처럼 좋지 않은 자세로 하루종일 TV 앞에 있게 되면 운동부족에 따른 비만을 초래할 공산이 크다. 또한 시력을 저하시키는 데도 한 몫을 단단히 한다. TV 시청은 그 자체로 지극히 수동적 행위이기 때문에 창의력을 저하시키고 나태한 근성에 길들게 할 위험성을 안고 있다. 심한 경우는 가정이나 학교, 사회에서 맺어지는 인간관계보다는 TV 속 사람들과의 만남을 더 중요시해서 대인기피증을 유발시키거나 사회성을 저하시킬 수도 있다. 또한 여타 미디어 중독과 마찬가지로 TV중독은 우울증, 불안, 수면장애, 금단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올바른 TV시청 이렇게△ TV 시청 시간을 스스로 정한다. TV 중독은 자기관리의 문제이다. TV 안보는 날을 정하거나 하루 1시간 이상 안 보기, 혼자 있는 시간 줄이기 등 스스로 규칙을 정하고 지키도록 노력한다. △ 시청할 프로그램에 대해 미리 계획을 세우도록 한다. TV편성표를 보고 프로그램과 관련된 책을 읽거나 자료를 수집하도록 하면 훨씬 효과적이다. 가족 TV 시청표 짜기, 시청자 단체가 모니터한 프로그램 평도 참조한다. 그리고 가능한 한 가족과 함께 TV를 시청하며 프로그램에 대해 가족과 토론한다.△ 규칙적이고 좋은 프로그램의 TV 시청은 잘 짜여진 식단 텔레비전 시청을 음식과 비교해보면 쉽게 이해된다. 보통 칼로리와 영양가까지 신경을 쓰며 식사를 하는 사람들도 정작 어떤 프로그램을 보고 즐기는가에는 무관심한 태도로 일관한다. 좋은 프로그램을 선정해서 시청하는 것은 삶을 풍요롭게 만들기도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결국 규칙적인 생활이다. 다양한 일상생활에 관심을 가지고, 잠자는 시간을 TV 때문에 방해받지 말고, TV 앞에서 식사하지 말고, 산책과 맨손체조 등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TV가 우리 삶과 여가에 핵심이 아니라 필요할 때마다 사용하는 문명이기라는 것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 일정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전원이 차단되도록 한다.김영돈 박사는 “어떤 경우에 TV를 강박적으로 찾게 되는지를 알아보고 유발요인을 제거하고 알람이나 타이머를 이용해 시간을 제한하는 등의 행동 치료적인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김 박사는 이어 “우울이나 불안 같은 증상이 있는 경우에는 그 증상에 적절한 약물치료를 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도움말 : 대전선병원 정신과 김영돈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