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근 업소들 "입점땐 모두 망할 것" 전전긍긍, 교통평가서 '보완'결정 ··· 내달 재심의 주목

“롯데마트 주유소는 ‘미끼상품’일 뿐입니다. 대전 원내동 일대 주유소가 1차적으로 직격탄을 맞겠지만 아마 대전 전체 주유소가 우후죽순 무너질 것입니다.” 21일 오전 대전 유성구 원내동 롯데마트 인근의 모 주유소.한참 바빠야할 주유소 사무실안이 한숨소리만 가득하다.이 곳은 국내 굴지의 대형유통업체인 롯데마트가 영업점내 주유소 건립을 재추진하면서 이른바 ‘통큰주유소’ 논란의 한복판에 선 곳이다.지난 2008년 구미와 용인점에 주유소를 설립한 롯데마트는 지난달 서대전점과 울산, 광주 등 전국 3곳에 추가로 주유소 설립을 추진키로 하고 해당 지자체에 개점 신청을 해놨다.문제는 롯데마트 주유소가 이번에도 ‘통큰’ 수식어가 붙으며 인근 영세 주유소들은 앞날을 장담하기 어려운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본보 취재진이 찾은 이날은 대전시가 롯데마트의 서대전점 주유소 개점과 관련, 교통영향평가를 실시하는 날.주유소 업주들은 하소연부터 토해냈다.“리터당 공급가격이 10-20원 차이난다고 하면 저희들도 할말 없습니다. 정상적으로 경쟁한다는데 이의를 제기할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롯데마트 주유소는 카드수수료만 빼고 공짜로 공급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우린 그냥 문을 닫아야죠.”대전주유소 협회 등에 따르면 롯데마트 주유소가 지난 2008년 입점한 구미와 용인점의 리터당 가격을 분석한 결과, 인근 주유소와 리터당 80-100원 가량 낮게 판매하고 있다.이 가격은 인건비와 카드 수수료 등을 제외하면 사실상 주유소에 입고되는 가격이란게 이들의 설명이다.지난 2009년 마트내 주유소 건립을 추진하다가 업계의 반발과 유성구청의 고시개정으로 접었던 롯데마트의 주유소 재추진 소식에 지역 업계 전반의 불안감은 매우 크다. 업계는 롯데마트 주유소는 일단 서대전점 한 곳이지만 저가의 유혹을 뿌리치기 어려운 소비자 특성상 원내동발(發) 도미노식 부도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더욱이 서대전점의 경우 셀프주유소란 명목으로 가격대를 어디까지 낮출지 가늠하기도 어렵다.모 주유소 사장은 “임대를 통해 운영 중인 주유소의 월세가 600만원대에 달한다”며 “롯데마트 저가주유소가 입점하면 매상이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고 결국 모두 파탄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정부와 지자체 행정에 대한 불만도 흘러나오고 있다.정부는 석유판매업 및 석유대체연료판매업 시행령을 개정하면서 주유소 등록요건방식을 특별시와 광역시장에게 위임토록 해 규제 가능하도록 입법예고했다가 최종 확정안에선 이를 슬그머니 뺐다.주유소 업계가 롯데마트에 대한 일종의 ‘정부 특혜’로 바라보는 이유다.대기업의 틈새 공략에 속수무책인 지자체에 대해서도 아쉽기는 마찬가지다.롯데마트 인근 주유소 사장은 "롯데마트에 저가주유소가 설치될 경우 드나드는 차량들로 인해 인근 지역의 교통대란은 불보듯 뻔하다"며 "대전시를 찾아 대책을 호소했지만 법적으론 하자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고 푸념했다.한편, 대전시는 이날 롯데마트의 서대전점 주유소 설치와 관련한 교통영향평가 심의에서 ‘보완’으로 결정하고 내달 28일 다시 교통영향평가 심의를 실시키로 했다.시 관계자는 “주변 교통체계에 대한 분석과 타 시.도에서 유사 운영 중인 사례 등을 보고토록 했다”고 말했다.이에 대해 대전지역 주유소 업계 관계자는 "일단 대전시의 교통영향평가에선 보완 결정이 나긴 했지만 업계내에선 정부가 기름값 안정을 위해 대형마트 주유소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어 결국 대형마트 주유소가 설립되지 않겠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며 "기름값 안정이 주유소 업계 때문인지 이를 목죈다고 해결될 일인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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