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충청권 의료계 불법 리베이트 관행 여전

#1.지역의 한 의료기기 업체에 A 병원장이 찾아왔다. A 원장은 업체 대표 B 씨에게 후원금 명목으로 금품을 요구했다. 이를 거절한 B 대표는 그날 이후 현재까지 해당 병원에 의료기기 납품을 할 수 없게 됐다. 더욱이 거절당한 A 원장은 지역 의료인이 한자리에 모인 행사에서 대놓고 면박을 주며, B씨와 심한 언쟁을 벌이기도 했다.

#2.대전지역의 한 의사가 의료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병원에서 C 제약회사의 의약품을 사용해주는 대가로 현금과 상품권 등 리베이트를 제공받은 혐의다. 제약회사 영업사원을 환자로 둔갑시켜 진료비를 청구하는 것은 물론 계약조건에 맞추기 위해 의약품을 과다 처방하기도 했다.

불법 리베이트가 여전히 충청권 의료계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최근 국민권익위원회의 공공의료기관 청렴도 측정으로 지역 의료계의 불법 리베이트가 꼼지락꼼지락 수면 위로 그 모습을 드러냈다. 비단 공공의료기관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역 내 일선 의료계 역시 이러한 불법 리베이트가 수면 아래 그 모습을 감추고 있었다. [본보 1월 20일자 5면 보도- 공공의료기관 청렴도 낯부끄럽다]

과거 지역에선 의약품 리베이트로 적발된 의사 수가 사상 최대 규모란 불명예를 얻은 데 이어 지난해 지역병원 의사들이 제약사로부터 공급받은 의약품을 의약품 유통업체에 되팔고, 리베이트 금액을 늘리기 위해 처방 내역서를 허위로 발급한 대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이를 방증하듯 공공의료기관 측정 결과를 보면 내부직원을 대상으로 한 의약품·의료기기 구매, 진료비 청구, 환자진료 등 공공의료기관 업무의 청렴성을 나타내는 업무청렴지수가 하위권을 기록했다. 불법 리베이트가 암암리에 지속 이어져 오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불법 리베이트를 근절하기 위해 금품 제공자와 수수자 모두를 처벌하는 ‘쌍벌제’, 두 차례 이상 리베이트 적발 시 제공 품목을 건강보험 급여 대상에서 퇴출하는 ‘투아웃제’ 등을 도입했지만 뿌리까지 도달하기엔 벅찬 실정이다.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보다 은밀하게 이뤄져 사실상 내부고발 또는 제보를 통한 적발에 의존하는 양상이기 때문이다.

이에 금품 위주로 제공하던 과거와 달리 최근엔 해외제품설명회 명목으로 해외관광이나 골프 비용을 제공하거나 논문 번역료를 지급하는 등 정상적인 용역 대가를 치른 것처럼 가장해 리베이트가 지급되고 있다.

이러한 불법 리베이트는 업체와 병원 간의 단순한 거래가 아니다. 그에 따른 비용이 약값에 반영돼 약제비가 증가하게 되고, 의료수가가 올라감에 따라 건강보험료 인상과 의료비 증가로 직결되는 것이다. 즉 불법으로 빠져나간 액수 이상을 국민들이 내는 의료비와 건강보험료로 채워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 의료계에 리베이트 제공 경험이 있는 D 씨는 “영업사원 입장에선 거래를 유지시키기 위해 의사들이 원하는 방향대로 들어줘야 한다. 규정을 논하다 밥줄이 끊길 수 있기 때문”이라며 “업체는 물론 정부 역시 불법 리베이트를 차단하기 위한 방안들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보다 강력한 대응책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정관묵 기자 dhc@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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