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 쌍릉 대왕묘 주인은 여성 ... 여성 치아 4점 확인

‘선화공주님은(善花公主主隱)/ 남몰래 사귀어 두고(他密只嫁良置古)/ 맛둥 도련님을(薯童房乙)/ 밤에 몰래 안고 간다(夜矣卯乙抱遺去如)’
백제 제30대 왕인 무왕(武王)이 선화공주를 아내로 삼기 위해 지었다는 사구체 향가(四句體鄕歌) ‘서동요(薯童謠)’로 삼국유사(三國遺事) ‘무왕조(武王條)’에 전해 내려오는 내용이다.
지난달 26일 전주박물관(관장 유병하)에서는 백제 제30대 무왕(武王·재위 600~641)의 무덤으로 전해져온 익산 쌍릉 대왕묘(大王墓)의 주인이 남성이 아닌 여성이라는 분석 결과를 발표 학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이에 본보에서는 3회에 걸쳐 선화공주의 묘로 추정되는 익산 쌍능 대왕묘에서부터 출발, 서동왕자인 무왕의 묘를 찾아보기로 한다.
1. 선화공주 설화 속 인물 아닌 실존인물 가능성 커
2. 무왕의 아들 의자왕은 아버지를 어디에 안치 했나?
3. 능산리 고분군 동하총·동고분군 재발굴 서둘러야…
◆ 익산 쌍릉 ‘대왕묘(大王墓)’ 주인은 여성?
국립전주박물관의 발표에 의하면 1917년 조선총독부가 발굴한 익산 쌍릉의 출토 유물을 정밀 분석한 결과 대왕묘의 목관(木棺) 내부에서 출토된 치아 4점이 성인 여성의 치아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박물관은 “치아 4점은 모두 한 사람의 것으로 보이고, 크기가 여성의 평균치보다 약간 작으며 상태가 양호한 송곳니와 어금니는 20~40세에 해당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또한, 목관 앞에서는 바닥이 둥근 적갈색 토기가 출토됐다.
박물관은 “경주 방내리 고분군 등 신라지역에서 출토되는 7세기 전반 토기와 유사하고 백제 사비 시기 왕릉급 무덤에서 신라계 토기가 나온 것은 처음이라 주목된다”며 “사비 시기 백제 왕궁이나 관청에서 출토되는 바닥이 편평한 회색계통의 그릇과는 뚜렷한 차이가 있다”고 했다.
전북 익산시 석왕동에 있는 쌍릉은 지금까지 '고려사' '신증동국여지승람' 등 문헌을 통해 백제 무왕과 그 왕비의 능으로 알려져 왔었다.
◆ 여성치아, 신라계 토기출토 선화공주 가능성 커
익산 쌍능 대왕묘는 지하에 묘광을 판 후 육각형 형태의 석실을 만들고 석실 내부에 길이 271㎝, 너비 85.5㎝의 관대를 놓고 그 위에 목관을 안치했다.
이주헌 국립전주박물관 학예연구실장은 “목관 자리는 분명 하나이고, 백제는 순장의 풍습이 없었으니 무덤 주인은 여성일 가능성이 높다. 왕족에 준하는 최상급 계층의 여성일 것”이라며 “무왕 무덤은 부여 능산리 고분군에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무왕의 무덤을 조성한 건 아들인 의자왕이고 의자왕은 부여를 근거지로 활동했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병호 국립미륵사지유물전시관장은 “여성 치아와 신라계 토기가 출토됐다는 건 선화공주를 제외하고는 설명이 어렵다. 선화공주가 실존 인물이고 쌍릉 대왕묘에 묻혔을 가능성을 높여준다”고 말했다.
이는 2009년 미륵사지 석탑의 사리봉안기 발견으로 선화공주가 허구의 인물일 가능성이 있다는 문제 제기를 뒤집는 내용이다.
부여=김인수 기자 kiss@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