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지가 어줍잖게 자가용을 사다니 말문이 막힙니다.’
진실은 밝혀지는 법. 분수에 넘치는 언행이나 시시하고 보잘 것 없는 것을 지적할 때 흔히 쓰는 ‘어줍잖다’는 바른말이 아니다. 위 예문은 ‘어쭙잖다’가 바른말이다.
‘어쭙잖다’는 ‘형용사’로서 ‘비웃음을 살 만큼 언행이 분수에 넘치는 데가 있다, 아주 서투르고 어설프다. 또는 아주 시시하고 보잘것없다.’를 뜻한다. 흔히 ‘어쭙잖아, 어쭙잖으니, 어쭙잖소’ 등으로 활용된다.
‘남에게 훈수 둘 형편이 아님에도 어쭙잖은 잔소리를 저렇게 하면 누가 좋아 하겠습니까, 잘 걷지도 못하면서 어쭙잖게 마라톤을 한다고 운동복과 신발을 사왔습니다, 그런 선물은 어쭙잖으니 따뜻한 격려의 말 한마디를 던지시죠, 어쭙잖게 왜 이래’처럼 쓰면 된다.
‘어쭙잖다’를 ‘어줍잖다’로 잘못 사용하는 것은 단어 ‘어줍다’가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어줍다’는 ‘말이나 행동이 익숙지 않아 서투르고 어설프다, 몸의 일부가 자유롭지 못하여 움직임이 자연스럽지 않다, 어쩔 줄을 몰라 겸연쩍거나 어색하다.’가 뜻이다. 그래서 부정형 ‘어줍지 않다’와 줄임말 ‘어줍잖다’를 생각할 수 있으나 ‘어쭙잖다’와 의미가 분명히 다르므로 착각해서는 곤란하다.
누리예산을 둘러싼 정부와 시 도교육청의 네 탓 논란이 여전히 뜨겁다. 양보를 통해 해결할 생각은 않고 계속 네 탓만 주장하는 정부와 교육청 모두 정말 어쭙잖다. <본사 상무/편집국장>
윤성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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