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軍) 헌병수사단의 중간수사결과 발표에도 불구하고 논산육군훈련소내 훈련병 자살사건을 둘러싼 각종 의문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본보 2월 28, 3월 1일자 등 보도유족들의 철저한 진상조사 요구에 이어 일각에선 책임자 문책까지 가세하는 등 파문이 커지는 양상이다.이와 함께 이번 사건의 발단격인 군 의료시스템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군내 사망사건에 대한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 차원에서 부실 논란이 끊이지 않는 군(軍) 의료체계 수준에 대한 총체적인 재점검이 시급하다는 것이다.A 훈련병 자살사건을 조사 중인 군 헌병수사단은 지난 28일 훈련병의 시신이 안치된 국군대전병원에서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이날 헌병수사단은 “숨진 훈련병이 국군대전병원과 훈련소 의무대 등에서 10여 차례 진료를 받았다”며 유족 측이 제기한 군의 ‘훈련병 방치’ 주장에 대해 적극 해명에 나섰다.헌병수사단은 이어 “숨진 훈련병의 진료기록 카드도 공개할 수 있다”며 훈련소 측의 과실 여부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그러나 일각에선 숨진 A훈련병의 발병 원인과 군의 면담.관찰기록 등을 들어 헌병수사단의 발표만 전적으로 신뢰하기엔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유족 측은 “훈련소로부터 받은 면담.관찰 기록을 보면 사격술 예비훈련을 마친 후 우측 귀가 들리지 않는다고 훈련소측에 밝혔지만 당시 군이 취한 조치는 ‘약을 먹으면 괜찮다’며 의무실 진료 후 5일간의 투약처방을 내린게 고작”이라며 “고통을 호소하는 훈련병을 방치한게 아니냐”고 주장했다.실제 유족 측이 육군훈련소로부터 건네 받은 면담.관찰기록에 따르면 숨진 A 훈련병은 지난 2월 7일 사격술 예비훈련 종료 후 우측 귀가 들리지 않는다고 군 간부에게 알렸다.그러나 훈련소 측은 ‘약을 먹으면 괜찮다’며 의무실 진료 후 5일간의 투약처방을 내렸고, 다음날 다시 진료를 받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훈련병에 대해 군의관 처방에 따라 ‘5일 투약 후 재진료 권고’ 조치를 내렸다.이 후 A 훈련병은 ‘어머니께 보내기 위해 쓴 편지’에서 중이염 증세로 인한 극도의 고통과 군의 부실한 치료를 호소한 것으로 드러나 군의 초기 대응이 허술했던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자살동기’도 곳곳이 의심스럽긴 마찬가지다.훈련소 측은 정해진 절차에 따라 A훈련병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고 밝히고 있지만 결국 훈련병이 중이염 증세를 호소한지 20일만에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훈련소의 주장도 설득력은 없어졌다.더욱이 군 면담.관찰기록에선 고통을 호소하던 훈련병을 ‘꾀병이 의심된다’, ‘소란을 피웠다’ 등 군대 부적응자 수준으로 인식, 결국 궁지에 내몰리게 된 훈련병이 극단의 선택을 하게 된 원인을 제공했다는 주장이 대두되고 있다.이와 함께 훈련병 사망을 부른 군 의료 시스템에 대한 비판 여론도 봇물을 이루고 있다.특히 논산훈련소 홈페이지에는 훈련병에 대한 애도와 허술한 의료체계에 대한 개탄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훈련병 가족인 김영민 씨는 “군 의료진의 자질 및 장비 부족이 문제를 크게 만든것 아니냐”며 “사건을 축소하거나 은폐하기보다 문제점과 대책을 강구해 재발방지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이상민 씨는 “무릎이 아파 훈련소 의무대나 자대 병원을 찾아도 근육통이란 진단소견으로 고작 파스만 붙여줬다. 전역후 진료를 받으니 인대파열이란 말을 듣고 황당했다는 예비역들의 얘기도 있었다”며 “군의관 능력을 떠나 정확히 진료를 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의료장비와 시설이 갖춰졌다면 군의관이 훈련병에 대해 꾀병이란 소견을 나오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양질의 의료인력 배치와 장비의 현대화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