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술대접을 넉넉하게, 제대로 하게 되는 경우 ‘거하게 한잔 사다’라고 한다. 그러나 많이 사용하는 ‘거하게 한잔 사다’는 잘못된 표현이다.
형용사 ‘거하다’를 살펴보자. ‘산 따위가 크고 웅장하다, 나무나 풀 따위가 우거지다, 지형이 깊어 으슥하다’를 뜻한다. 따라서 술을 아주 많이 대접하다는 뜻이 없어 이 경우 사용할 수 없다. 또 ‘크다’를 뜻하는 ‘거(巨)’를 생각해 ‘거(巨)허다’를 생각할 수 있으나 사전에도 없는 말이다.
‘거하게’는 ‘건하게’를 잘못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건하다’는 ‘아주 넉넉하다’를 뜻한다. ‘술을 건하게 사다’라고 하면 상대에게 술을 아주 넉넉하게 대접하는 것이다.
또 ‘건하다’는 ‘술 따위에 어지간히 취한 상태에 있다’를 뜻하는 ‘거나하다’의 준말이다. ‘건하게 마시더니 드디어 말이 꼬이는구나, 건하게 취한 얼굴로 귀가했다’처럼 사용하면 된다.
‘한잔’도 이때 사용하기에는 부적절하다. ‘한잔(한盞)’의 의미는 ‘간단하게 한 차례 마시는 차나 술 따위’가 그 뜻이다. 따라서 가볍게 마시는 술을 ‘한잔’이라고 하므로 ‘건하게 한잔을 산다’고 하면 말이 되지 않는다. 가볍게 마시는 자리라면 ‘한잔하자’고 하고, 많이 마시려면 ‘건하게 마시자’고 해야 한다. 의사를 분명히 전달해야 한다. 주당들이 ‘딱 한잔’에서 시작해 고주망태가 되어버리기 때문에 ‘한잔’의 의미가 불분명해진 것이 현실이긴 하지만 지금까지 ‘한잔’의 의미는 분명하다.
4.13총선 후보가 참 건하게 많이 등장한다. 국가와 국민을 우선하는 선공후사(先公後私)의 정신을 가졌으면 좋겠다. <본사 상무/편집국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