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과·안과·성형외과' '정신과·재활의학과·영상의학과'> 세대 ··· 지방외면 가속

“혹시 ‘피안성, 정재영’이라고 아세요? 요즘 의대생들 사이에선 말그대로 대세인데….”

이 모 씨는 충남대 의학전문대학원 4학년에 재학 중이다. 서울 출신인 그는 의대 진학을 위해 지방으로 내려온 ‘원정 의대생’ 중 하나다.

이 씨는 지방 의대를 졸업한 뒤 서울 등 고향에서 수련의 과정을 밟는 이른바 지방의대생 ‘먹튀’ 논란에 대해 할말이 많은 듯 했다.

“의사란 직업이 분명 사명감을 갖고 하는 일이긴 합니다. 하지만 수익성과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개개인에겐 ‘생존’이 걸린 문제가 됩니다.”

의사가 선망의 직업이지만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여타 직종 못지 않다. 의료계도 무한경쟁 시대. 새내기 의사들에게 지역에 남아 봉사해달라는 요구는 ‘생존’ 이후의 문제다. 그는 의료 인력들은 일종의 ‘물결’과 같다고 설명했다. 유인책이 담보돼야지 강요, 압박한다고 해서 따를 이도, 남을 젊은 의사도 없다는 것이다. 그는 대전권 의대생들의 타 시.도 이탈 현상에 대해 “어제 오늘 일이 아닌 해묵은 사안”이라고 말했다.

물론 서울 등 타 시.도 출신이 상당수인 점도 원인이다. 충남대만 해도 한 학년 110여 명 중 지역 출신은 30-40명 수준이다. 서울 출신이 20-30명, 경기도를 합치면 절반 이상이다. 이들은 국내 주요 대형병원이 밀집하고, 선택권도 다양한 서울이나 수도권 등에서 뿌리 내리기를 바라는 경우가 많다.

“복합적입니다. 타 지역에서 대전으로 온 학생들이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게 이탈 현상의 주요 원인이라고 볼수 있죠. 하지만 보수, 복지, 경력 체계 등에서 우월한 서울 소재 병원들을 뿌리치기가 솔직히 더 어려운 실정입니다.”

최근 서울에 있는 대형병원들이 몸집 키우기 경쟁에 나선 점도 지방병원의 의료 인력난을 부채질하고 있다. 서울 소재 대형병원들은 수년전부터 인턴과 레지던트 등 수련의 과정의 정원을 늘리고 있고, 우수한 지방의대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각종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있다. 정원이 늘면서 서울행이 쉬워졌다. 때문에 최근엔 원정 의대생 뿐만 아니라 지역 출신 의대생들도 서울 선호도가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기본적인 보수 차이도 서울 등 수도권과 지방간 천차만별이다. 일부 병원이긴 하지만 최대 2000만 원에서 2500만 원의 연봉 차이가 난다.

또 지방병원보다 서울 ‘큰병원’에 무한 신뢰를 보내는 지역내 환자들의 의식도 지방병원의 외적 성장에 한계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씨는 “알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 일수도 있지만 지역민들도 병원을 믿어주고, 지역병원들도 인력, 시설 투자에 적극 나서야 한다”며 지방병원의 신뢰회복이 급선무임을 강조했다.

현 의료 체계도 구조적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대전의 모 대학 의대생 김 모 씨는 자신을 ‘피안성, 정재영’ 세대라고 말했다.

이는 최근 수련의와 전공의 모집에서 지원율이 급증하는 인기과로 대표된다. 불과 5-6년 전에는 ‘피안성’. 피부과, 안과, 성형외과가 의대생들에게 대세였다면 최근엔 ‘정재영’. 정신과, 재활의학과, 영상의학과가 인기몰이다. 보수와 복지 등 대우가 좋은 인기 전공과로 의대 졸업생들이 몰리는 것은 당연하고, 서울이 차면 다른 지역으로 인기과를 찾아간다.

김 씨는 “인기과를 하고 싶은 사람들은 모교에 남기 마련”이라며 “인기과 정원을 늘리는 것도 의대생들의 이탈 현상을 줄이는 해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인턴이란게 병원입장에선 값싼 노동력을 사용할수 있는 것 아니냐"며 "대전 등 지역병원의 복지체계가 뒤따르지 못하고 있다. 수련의들은 외지로 빠져나가고 지방병원의 의료진들은 더욱 근무 여건이 악화되는 일이 노정되는 듯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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