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국 상무이사/편집국장

4.13총선 투표는 하셨습니까. 유권자의 42%가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네요. 여대야소에서 여소야대로 변한 정치권 지형 변화에, 또는 선택한 후보의 당락에 기쁘신가요, 아님 괜히 투표했단 본전 생각 드시나요. 볼썽사나운 정치판에 환멸을 느껴 아예 투표를 포기, 별 생각 없는지요. ‘정치가 문제지, 무관심해진 게 내 탓이냐’는 귀에 익숙한 변론도 많네요.
공약(公約)은 ‘공약(空約)’이 되고, 국민을 향한 뜨거운 초심(初心)은 온데간데없이 모두가 당리당략에만 매몰돼 헛심만 쓰고 있으니 ‘정치에 실망해 투표를 않겠다’는 말조차도 십분 이해됩니다.
그런데 어떡하나요. 정치란 것이 내가 관심을 끊는다고 나와 단절되는 것이 아닙니다. 더구나 정치 수준은 국민에게 달려있습니다. 국민이 정치에 무관심해질수록 유권자 눈치 볼 일 없는 정치는 브레이크 없이 타락을 향해 질주하고, 타락한 정치가 가져 올 결과는 너무도 자명합니다.
‘건강한 정치, 행복한 국민’과 ‘저질 정치, 불행한 국민’ 중 무엇을 원하십니까. 빛이냐 어둠이냐, 발전이냐 퇴보냐의 선택은 순전히 유권자의 몫입니다. 그래서 정치가, 정치인이 마뜩지 않아도 꼭 정치에 참여해야만 하는 겁니다. 내버려두면 반드시 그 정치란 것이 비수가 되어 국민에게 꽂히게 됨을 명심해야 합니다.
20대 총선 결과는 국민의 다양한 의중이 반영됐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여야의 행태를 보면 결과를 통해 무엇에 만족해야 하는지 판단하기란 다소 어렵기도 합니다. ‘투표를 통해 심판을 한다’고 하지만 우리 정치인은 심판을 두려워하는 것 같으면서도 그동안 유권자의 흐린 판단력을 믿고, 자발적 개혁을 멀리했습니다. 인물, 정책 등 모든 것에 우선하는 지연과 혈연 학연이 투영된 표심을 많이 지켜봤거든요. 그래서 개혁에는 도무지 관심이 없어 보입니다. 스스로가 아닌 타인에 의해 주도되는 개혁이 얼마나 과격하고, 무서운지도 모른 채 말이죠. 정치가 스스로 바뀌지 않는다면 정치에 참여해 정치를 바꾸어야 합니다. 그래야 그들이 국민을 두려워합니다.
국민의 정치 참여는 당연히 투표입니다. 이 참여를 더욱 알차게 만들기 위해서는 선거일에 투표하는 것 그 자체만으로 책임감에서 자유롭지 마십시오. 혜안(慧眼)의 투표, 심판의 투표를 위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뭘 알아야 정책과 인물을 심층 분석, 평가하고 제대로 선택할 수 있죠. 가만히 뒷짐 지고, 먼 산 바라보다가 갑자기 투표일을 맞으면 평가는 반드시 부실을 초래하게 되죠. 솔직히 그동안 많이 그래왔지 않습니까. 마음을 흡족하게 만들 희망의 정치를 원한다면 마중물 한 바가지로 엄청난 양의 물을 끌어 올리듯 마중물 같은 노력 정도는 기울여야죠.
독일 사회학자 막스베버가 말한 정치인에게 필요한 세 가지 자질 ‘열정, 책임감, 균형감각’이 있습니다. 이 자질은 유권자에게도 꼭 필요한 자질입니다. 인물과 정책의 올바른 평가를 위해 4년 동안 관심을 내려놓지 않고, 선거에는 반드시 참여하는 유권자의 ‘열정과 책임감’이 꼭 필요합니다. 더불어 지연, 학연, 혈연에 얽매이지 않는 절제된 ‘균형감각’을 통해 서릿발 같은 결단을 내릴 수 있어야 합니다.
동의하십니까. 그러면 당장 ‘내일이 투표’라는 마음가짐으로 어렵지 않은 정치참여를 시작하십시오. 선거는 끝난 것이 아니라 이미 다시 시작됐습니다. 비록 정치가 우릴 속이고, 슬프게 할지라도 정치에 대한 관심을 내려놓지 마십시오. 그러면 선택에 큰 고민 필요 없습니다. 그리고 분명히 탁월한 선택을 하게 될 것입니다. 모두가 이렇게 정치에 동참한다면 건강한 정치, 정치가 국민을 행복하게 만드는 세상은 반드시 실현됩니다. 유권자 여러분, 준비되셨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