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아이가 일어서려 하자 가방 끈을 지긋이 밟았다.’

지그시 밟았을까, 지긋이 밟았을까. 부사 ‘지그시’와 ‘지긋이’의 구분이 다소 혼란스럽다. 위 글은 ‘슬며시 힘을 주다’의 의미가 있으므로 ‘지그시 밟았다’가 바른말이다.

‘지그시’는 ‘슬며시 힘을 주는 모양, 조용히 참고 견디는 모양’을 뜻한다. 또 ‘지긋이’는 ‘나이가 비교적 많아 듬직하게, 참을성 있게 끈지게’를 뜻한다. 따라서 ‘그는 눈을 지그시 감고 그늘에서 쉬고 있었다, 삼촌은 입술을 지그시 깨문 채 상주들을 노려보았다, 나이가 지긋이 들어 보이는 노인이 웃으며 가게로 들어왔다’처럼 사용한다.

그러나 첫 번째 의미는 위 예문처럼 구분이 분명하지만 각자 두 번째 의미는 둘 다 유사해서 사용이 혼란스럽다. ‘지그시’의 ‘조용히 참고 견디는 모양’과 ‘지긋이’의 ‘참을성 있게 끈지게’는 바꾸어 사용해도 의미 전달에 뚜렷한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나는 아픔을 지그시(지긋이) 참았다’ 이 글처럼 서로 바꾸어 써도 큰 차이가 없다. 그래도 굳이 사전의 의미를 구분해보자면 ‘지그시’는 ‘당장 반응하지 않고 참고 견디는 경우’에 가깝고, ‘지긋이’는 ‘한동안, 또는 일정 기간 참을성 있고, 끈기 있게 참고 견디는 경우’에 가깝다. 즉 한 대 때렸는데 당장 반응하지 않고 참으면 ‘지그시’ 참는 것이며, 한동안 가해진 고통을 끈기 있게 참으면 ‘지긋이’ 참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그러나 함께 사용해도 무리는 없어 보인다.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과 관련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국민이 이 아픔을 지긋이 참고 기다려 줄 것이라는 생각은 절대 말고 옥시 관계자뿐 아니라 국민의 죽음을 방관하다시피 한 정부 관계자들의 책임 또한 물어야 한다. <본사 상무/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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