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일 김치만 먹다 보니 김치찌개만 봐도 넌저리가 난다’
궁색한 살림에 매일 먹어야 하는 음식이라면 질리게 마련이다. 이때 흔히 사용하는 ‘넌저리’는 바른말이 아니다. ‘넌더리’라고 써야 옳다.
‘넌더리’는 ‘지긋지긋하게 몹시 싫은 생각’을 뜻한다. ‘넌더리 나다, 넌더리 치다, 넌더리 내다’ 등으로 사용된다. ‘매일 찾아와 행패를 부리니 그를 쳐다만 봐도 넌더리 난다, 월세 낼 돈도 없어 한 달도 넘기지 못하고 이곳저곳으로 이사를 다니며 산 젊은 시절의 가난이 넌더리가 났다’처럼 사용하면 된다.
‘넌덜머리 난다, 넌절머리 난다’라고도 한다. 그러나 ‘넌덜머리’는 ‘넌더리’의 속된 표현이니 자제해야 하고, ‘넌절머리’는 없는 말이므로 쓰면 안 된다.
그런데 ‘넌더리’가 ‘넌저리’로 잘못 사용돼 온 것은 ‘진저리’ 때문으로 보인다. ‘진저리’는 ‘차가운 것이 몸에 닿거나 무서움을 느낄 때에, 또는 오줌을 눈 뒤에 으스스 떠는 몸짓’과 ‘몹시 싫증이 나거나 귀찮아 떨쳐지는 몸짓’이 그 뜻이다. 그래서 ‘김치찌개만 봐도 진저리가 난다’처럼 ‘넌더리’를 대신해 써도 된다.
하루가 멀다 하고 살인사건이 잇달아 사회를 불안하게 만든다. ‘살인사건’ 말만 들어도 넌더리가 난다. <본사 상무/편집국장>
윤성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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