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호<내포취재본부장>

6년째 충남도정의 지휘봉을 잡고 있는 안희정 충남도지사의 요즈음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최근 들어 부쩍 중앙언론들과의 인터뷰가 잦아지고 언론에 투영되는 빈도도 급증했다. 외부 강연도 많아졌으며 정치적 발언도 급격히 늘어났다. 안 지사는 언론 인터뷰나 강연 등에서 예전과는 달리 자신의 정치적 소신을 강한 어조로 설파하고 있고 대권 출마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항을 이야기할 때에도 복선을 까는 화법을 동원해 가면서 출마의지를 표출시키고 있다. 아무리 보아도 대권 도전을 위한 행보가 빨라지는 모양새다.
정치권에서는 그동안 안 지사를 차기보다는 차차기 대권주자로 분류해 왔던 게 사실이다. 문재인 전 대표나 박원순 서울시장 등의 바통을 이어 받아 차차기쯤 야권의 대선주자로 등판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런데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방한으로 충청대망론이 급부상하면서 안 지사의 정치적 움직임도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안 지사는 도지사 재선에 성공한 뒤 대권 도전에 대한 불씨를 서서히 지펴 왔다. 작년 이맘때쯤에는 ‘불펜투수’를 언급하면서 때가 되면 대권 도전에 나설 것이라는 의지를 내비쳤다. 불펜에서 출격 준비를 하고 있는 투수처럼 대선 출마를 위한 워밍업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대의 요청이 있을 때 준비가 안된 건 장수의 책임이고 시대의 부름에 응하지 못하는 건 가장 큰 죄”라면서 “열심히 훈련하면서 몸을 만들고 있다”고도 했다. 얼마 전에는 ‘불펜투수’에서 한발 더 나아가 ‘선수교체론’을 거론했다. 그라운드에서 뛰는 축구선수를 빗대 “직접 슛을 때릴 수도 있다”고 했다. 차기 야권 대선주자로 유력시되는 문 전 대표나 박 시장이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되면 이들을 대신해 직접 차기 대선 주자로 나설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강력한 의지의 표출이었다. 지난 22일 가진 민선 6기 2주년 기자회견에서는 “특정 인물의 대체재가 아니다”라며 발언 수위를 더욱 높였다. 야권 잠룡들의 대타가 아닌 이들과 당당히 경쟁할 독자적인 대선 후보라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일련의 움직임을 볼 때 안 지사의 대선 등판 분위기가 무르익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달리 해석하면 야권 잠룡들에게 정치적 위상을 높이라고 촉구하는 경고성 메시지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안 지사가 대선 출마에 대해 점차 자신감이 붙어가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안 지사는 아직까지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해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정치상황에 따라 변수는 있겠지만 그가 말했듯이 더 늦지 않은 시기인 연말에는 정치적 결단을 내려야 할 시점이 될 것이다. 하지만 결정이 실행되기 이전까지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 충남도정을 이끄는 도백이라는 자신의 위치이다. 상당수 도민들은 안 지사 정치 항로의 귀착지가 도지사가 아니라 대권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도정의 안정적 수행이 곧 대권으로 향하는 지름길임도 인식하고 있다. 그래서 성공적인 도정 수행으로 정치적 입지와 발판을 다져 대선가도의 발걸음을 가볍게 하길 주문하고 있다. 그런데도 이를 저버린 채 대권 쫓기에만 몰두해 200만 도민들을 공허감과 상대적 박탈감에 빠뜨린다면 이로 인한 후폭풍은 안 지사에게는 감당키 어려운 부메랑으로 되돌아올 것이다. 그렇기에 도민들의 작은 목소리도, '대권에 매몰돼 도정을 소홀히 한다’는 일부 정치인들의 지적도 겸허하게 귀담아들어야 한다. 그게 발목잡기이든 아니든 간에 말이다.
민선 6기가 반환점을 돌았다. 절반은 완성을 위한 과정이다. 안 지사가 어떤 완성된 작품을 만들어낼지는 아직 모르지만 와신상담하며 그려왔던 정치적 그림을 완성시키기 위해서는 도정의 완성이 우선돼야 한다. 어떤 행보를 하던 안 지사의 가장 큰 지원군은 200만 도민이기 때문이다. 결정의 순간까지 도백으로서의 주어진 소임에 충실해야 함도 이런 이유다. 초심으로 돌아가 다시 한 번 완성을 위한 구상을 다잡아 보길 권하고 싶다.
이석호<내포취재본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