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지난 청산가리 독성 있나?

대법원이 1심에서 무기징역, 2심에서 사형을 선고한 ‘보령 청산가리 살인사건’을 파기환송했던 이유는 크게 세가지로 요약된다.대법원 재판부는 원심을 파기하며 ▲청산가리를 보관한 장소와 기간 ▲청산가리 전달자의 행적 ▲청산가리가 독극물로서 효능이 있었는지 여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대법원은 당시 “청산가리가 적어도 16년 이상 방치된 것으로 판단된다”며 독성 여부가 의심된다는 점을 지적했다.이 씨는 2008년 11-12월 객지 생활에서 알게 된 지인 2명에게 “꿩사낭 등에 쓴다”며 청산가리를 구해달라고 부탁했고, 이 중 한 지인이 다음해 1월 자기가 운영하던 공장에 있는 청산가리를 이 씨에게 건넸다고 진술했다.하지만 해당 공장은 1993년까지만 청산가리를 사용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최소 16년이 지난 청산가리가 이 씨에게 건네졌다는 것이다.대법원은 이에 대해 “완전히 밀폐하지 않으면 독성이 날아가는 성질을 고려해 독성이 유지되는지, 또 청산가리를 최근에 입수했는데도 처벌이 두려워 허위진술하지는 않았는지도 1,2심 재판부는 심리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황만 볼때 1,2심의 판단에 큰 무리가 있는 것은 아니나 "형사재판에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확신을 가진 증거에 의해야 한다"는게 대법원의 주문이었다.이에 대해 대전고법은 24일 파기환송심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결과, 청산가리의 경우 자연상태에서 16년의 시간이 경과하더라도 독성이 유지된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다.또 피해자들이 청산염에 의한 중독으로 사망했다는 서울대 법의학연구소의 부검 결과도 덧붙였다.재판부는 앞서 지난 7일 경기도 안산 모 공장의 청산가리 보관장소 및 보관상태 등에 대한 현장검증을 벌이기도 했으며, 추가 사실을 밝혀내기도 했다.대전고법 재판부는 이 같은 사실을 바탕으로 "대법원이 제기한 의문점들은 상당부분 해소된 것으로 본다”며 이 씨에 대한 무기징역 선고 이유를 밝혔다.이와 함께 이날 이 씨의 변호인 측은 대전고법의 선고에 불복, 상고 의사를 피력함에 따라 대전고법의 이 같은 증거 판단을 향후 대법원이 어떻게 수용할 지 여부도 관심이다.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