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분재·수석 등 수집 1만점 '보물' 내달 공개 "모든 분들 행복하시길"

인자하고 넉넉한 웃음이 영락없는 이웃집 아저씨 포스다. 맛보기로 보여준 경매 솜씨도 수준급. 손수 만든 모과며 해송 분재에 신비한 형상의 수석, 각종 그림이 지천이다. 영농조합 법인 샘물원 주인장 오도석(55) 목사. 영농법인 대표와 목사라. 얼핏 보면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지만 샘물원은 오 목사가 세상과 소통하는 창(窓)이다. 걸어 5분 거리인 유성구 지족동 871-1번지에 주성천 교회가 있다. 그는 이 교회의 담임목사다. 교회 속살이 또 예사롭지 않다. 갤러리 아니 박물관을 방불케 할 만큼 보물로 가득 찼는데 이 보고(寶庫)를 내달 초부터 시민들에게 개방한단다. 문화·예술 사역을 통해 바른 인간성 회복을 지향하는 그의 아주 특별한 복음을 중계한다.#1. 종교 몸으로 말하다“종교가 이기적인 교만에 빠져서는 안 됩니다. 다른 종교를 비판하기 보다는 존중해야 한다고 봐요.”그는 종교관부터 범상치 않다. 보통은 내 종교만을 강조하고 우격다짐하듯 우월성을 강조하는데 그의 생각은 다르다. 뿌리는 같으나 줄기가 다른, 기독교가 팔이라면 불교는 다리고 천주교는 눈이라는 식이다. 무엇보다 종교, 종파를 초월해 더불어 같이 살기를 바라는 인류애가 짙게 깔려 있다. “모든 종교는 본질적으로 선(善)을 지향합니다. 교리를 설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를 보다 쉽게 자연과학적으로 표출해 보여줄 필요가 있고 그 도구는 문화·예술이 적합하다고 판단했어요. 르네상스 시대 종교로부터 인본주의에 바탕을 둔 문화가 파생된 것처럼. 이성지수만큼이나 감성지수가 강조되는 것과 같은 이치죠. 그래서 말로 하는 찬양보다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는 문화·예술의 가치를 추구하는 겁니다. 다른 종교와 가슴을 열고 대화하기는 어려워도 문화·예술로는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잖아요. 물론 대중과도 마찬가지입니다.”그 소통의 장(場)이 자연과 예술이 어우러진 샘물원이다. 그의 종교적·철학적 이상은 우연한 기회에 시작된 세계 선교로부터 숙성됐다. 지난 92년 파키스탄 대통령 통역관 출신의 목사님이 동행을 제의했고 파키스탄에서의 군중집회는 ‘목사 오도석’을 스타로 만들었다. 이후 필리핀, 중국, 이스라엘, 미국, 캐나다, 일본 등을 순회하며 복음을 전파했고 이는 현재 진행형이다.“깨달음이라고 할까요. 피부색이 다르고 종교가 달라도 이 땅위에 사는 한 가족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들과 진정한 친구가 되고 싶다는 열망 같은 게 생기더군요.”그가 목회자의 길을 걷게 된 사연도 남다르다.잘 나가는 사업가로 평범하게 살던 어느 날 하나님의 부름을 받았고 일주일간의 완전 단식을 통해 인생의 항로를 180도 바꿔 신의 소명을 받들기로 했단다.#2. 기적의 연못 ‘샘물원’, 성스러운 물 ‘주성천’목사님이 운영하는 영농 법인이라고 얕보다가는 큰 코 다치기 십상이다. 억 소리 절로 나는 수석에서부터 절제의 미학이 살아 숨 쉬는 분재, 운보 김기창, 천경자 등 내로라하는 화백들의 그림이 샘물원에 도열해 있다. 분재는 계절마다 옷을 갈아입는 자연의 섭리가 녹아 있다. 전문가의 손길 그 이상이다. “부친께서 농원을 하셨어요. 그 유전자를 받은 것인지 분재는 직접 합니다. 그림과 수석은 경매를 통하거나 발품을 팔아 구입한 것입니다. 괜찮은 물건이 있으면 전국 팔도 어디든 마다하지 않고 달려갑니다. 매주 토요일 오후 1시 이곳(샘물원)에서 직접 경매도 하고요. 공부를 했다기보다는 부딪쳐 얻은 경험의 수확입니다.”경매사 흉내를 내는 것이 아니라 일주일에 한 번 그는 진짜 경매사가 된다. 많은 작품을 다루다보니 진품명품 따질 것 없이 눈썰미 조금 발휘하면 짝퉁은 쉽게 판별해 낸다고.앞장 선 목사님 따라 이번엔 주성천 교회로 향했다. 외향부터 박물관 같은 교회의 신도는 약 2000명이다.예배당 안에는 샘물갤러리, 수석전시장 등이 마련돼 있고 커피 향 은은한 카페도 있다. 무엇보다 지하실, 본당 할 것 없이 예배당을 가득채운 수석과 분재, 고려청자, 성화, 유명 화가의 그림, 서예가의 글씨 등이 보는 이를 압도한다.“다 합치면 한 1만 점은 될 겁니다. 4월 초 시민들에게 개방하려고 해요. 마음껏 즐기시고 행복해졌으면 합니다. 목사님 얼굴만큼이나 인심도 훈훈하다.샘물원이 차 한 잔의 여유와 예술적 안목을 키워주는 사랑방인 것처럼 예배당도 두 팔 벌려 문화·예술의 혼을 전하는 소통의 장으로 단장을 마쳤다.#3. 여러분을 초대합니다늦깎이로 목회자의 길을 걸었으나 미국에서 선교학 박사와 철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예수영성아카데미 원장, 대한예수교장로회개혁총회 충남노회 노회장, 샘물원 대표이사, 승리기독학교 이사장 등 직함도 많고 할 일은 태산이다. 이 정열적인 목사님이 백범 김구 선생의 ‘나의 소원’ 한 대목을 읊조린다.‘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중략…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겠기 때문이다. 인류가 현재 불행한 근본 이유는 인의가 부족하고, 자비가 부족하고, 사랑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인류의 이 정신을 배양하는 것은 오직 문화이다.’“자연을 잘 관리하고 인간이 서로 협력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진정 신을 경외하는 길입니다. 자유와 평화, 이질감보다는 감동과 따뜻함이 묻어나는 세상 말이죠. 저도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사람들에게 감동을 선사하고 싶습니다.”그는 더불어 사는 따뜻한 세상을 꿈꾼다. 그 세상으로 우리를 정중하게 초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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