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김치를 담그는 어머니 옆에 한참을 쭈그리고 앉아 연신 침을 삼키고 있으면 어머니가 살짝 숨이 죽은 배춧잎 한 쪽을 뚝 떼어 맛있게 양념을 묻혀 입에 넣어주셨다. 먹을거리가 부족할 때여서인지는 모르겠으나 그 맛은 정말 일품이었다. 어머니가 배춧잎에 묻혀 맛있게 만들어 주신 김치 재료는 ‘김치 소’일까, ‘김치 속’일까? 김치 소가 바른 말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음식의 속에 넣는 재료(고명)라 생각해서인지 ‘속’이라고 붙여 부른다. 그래서 ‘만두속, 송편 속’이라고 잘못 사용하는 것이다.사전을 빌려보면 ‘소’는 떡이나 만두 등 음식을 만들 때 익히기 전에 속에 넣는 고기 두부 팥 등을 말하거나 통김치 오이소박이 등의 속에 넣는 각종 고명을 뜻한다. 그래서 김장을 담글 때 무 마늘 생강 젓갈 굴 고춧가루 등을 넣어 숨죽은 배춧잎과 버무리기 위해 만드는 재료는 ‘김치 소’라고 한다. 오이소박이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오이소박이 소’라고 해야 옳다. 만두를 빚을 때 만두 속에 넣기 위해 섞어 놓은 당면 두부 부추 등의 재료는 ‘만두소’라고 하며, 송편 속에 넣을 팥 대추 밤 깨 등의 재료는 ‘송편 소’라고 한다. 음식 만들 때 속에 넣는다고 무조건 ‘속’이라 하지 말고, 순 우리말 ‘소’가 있으니 반드시 가려서 사용해야 한다. 정부의 취득세 감면정책에 자치단체들이 화가 났다. 재료가 충분해야 ‘소’를 잘 만들 수 있는 법인데, 정부가 이것저것 다 떼고 나면 취약한 지방 재정으로 어떻게 맛깔스러운 지방자치를 펼 수가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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