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도중 암(癌)확진 판정을 받은 외국인 여성이 지역 대학병원의 도움으로 산모와 태아의 소중한 생명을 구했다.뱃속의 아기 보호를 위한 제왕절개와 암 수술을 동시에 집도하는 고난이도의 수술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주인공은 다름아닌 충남대병원(원장 송시헌).1일 충남대병원에 따르면 임신 8개월(35주) 상태에서 직장암수술과 제왕절개수술을 동시에 받은 외국인 노동자 R씨가 지난 20일 퇴원, 귀국을 앞두고 있다. 필리핀 출신의 34세 여성인 R씨는 임신 30주가 넘어 대전 서구 둔산동의 한 산부인과에서 검진을 받은 결과, 대장에 이상이 발견됐다.이후 지난 3월 22일 충남대병원으로 옮겨진 R씨는 정밀검사에서 직장암이란 청천벽력같은 얘기를 들었다.병원 의료진들의 고민도 컸다.산모의 건강은 물론 임신 8개월째를 넘은 태아 모두 생명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던 것.충남대병원 의료진은 고심 끝에 암수술과 제왕절개 수술을 동시에 실시키로 결정하고 지난 4월 7일 산부인과 이민아 교수가 제왕절개수술을, 외과 김지연 교수가 직장암수술을 동시에 집도했다.결과는 아기의 경우 신생아중환자실의 치료를 거쳐 건강을 회복했고 산모도 수술의 경과가 좋아 지난 4월 20일 퇴원했다.더욱이 충남대병원은 R씨의 어려운 경제여건을 감안해 진료비 지원까지 나서 국경과 차별없는 인술(仁術)을 몸소 실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충남대병원 관계자는 “R씨의 경제상황을 고려해 보건복지부의 ‘소외계층 외국인근로자 지원사업비’와 병원 자체의 ‘공공보건의료사업비’를 통해 진료비 등을 지원했고, 수술 후 아이와 산모 모두 경과가 좋아 보람을 느낀다”며 “추가적인 항암치료가 필요한 R씨는 5월 필리핀으로 귀국해 본국에서 치료받기로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