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사상 유례없는 극심한 혼전 양상을 띠며 여당의 패배와 야당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이번 지방선거는 지방자치 참일꾼을 선출하기 위한 사회적 노력도 있었으나 여야 정치권의 바람몰이와 불공정 공천 시비, 결격자 공천, 고소·고발이 난무해 수준면에선 역대 최악의 선거란 평가를 받고 있다.반면 유권자의 민의는 냉엄하고 수준도 높았다.오만과 독선에는 준엄한 경고를 내렸고, 견제와 균형구도를 정쟁이 아닌 순수한 투표로써 도출해 냈다.금강일보는 민선 5기 선량(選良)을 가린 이번 선거 과정에서 드러난 각종 문제점을 되짚어 보고 표심에 드러난 충청 민심을 조명해본다.◆여야 정책대결 실종...민심 세몰이만중앙 정치권의 대리전 양상을 극복하지는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이번 선거는 천안함 침몰사건으로 불거진 거센 ‘북풍’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기를 맞아 불어닥친 ‘노풍’ 속에 전·혁직 정권 심판론 등이 맞서며 중앙정치의 대리전 구도로 치러져 지방자치의 의미를 퇴색시켰다.정당 공천도 선거 내내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자유선진당 충남지사·부여군수 후보 공천, 한나라당 아산시장 후보 공천을 비롯해 대전·충남지역 상당수 선거구에서 정당 공천을 둘러싸고 불공정·편파 시비가 일었다.여·야 각 정당은 투명하고 공정한 기준에 따라 깨끗한 일꾼을 공천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지만 실제로는 도덕성, 청렴성, 의정능력보다 당리당략, 이해관계, 당선 가능성 등을 우선하는 풍토가 근절되지 않아 불량 후보를 양산했다.금강일보가 6.2지방선거 공식후보등록자를 전수 조사한 결과, 대전·충남 단체장 후보 중 15%는 병역을 이행하지 않았거나 죄질이 나쁜 전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또 정책선거가 실종되고, 정당·후보 간 상호 비방과 음해, 흠집내기 폭로, 흑색선전이 난무하는 구태가 재연됐다.일부 선거에선 특정 후보를 깎아내리기 위해 후보 간 연합전선까지 구축되며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 유권자들의 정치 무관심·혐오증을 가중시켰다.제도적 허점도 곳곳에서 노출됐다.의욕만 앞세운 '1인 8표제' 시행과 주관기관인 선관위의 준비 소홀 등으로 개표 지연과 '온라인 접속 먹통 사태'를 초래해 선거 불신 풍조만 자극했다.국민들의 정치참여의식을 높인다는 지방선거가 되레 여야 정치권과 제도적 장치의 '3류 수준'만 확인한 것이다.◆민의발 정계개편...여야를 질책한 냉정한 민심정치권과 달리 민의는 차분하고 매서웠다.전국적으로 박빙의 승부가 펼쳐진 가운데 민심은 정부·여당에 대한 견제로 나타났다.민주당에겐 세종시의 진원지인 충남지사직을 내줬으나 기초단체장.지방의원 선거에선 자유선진당에 밀리며 충청 민심 전체를 얻어야 하는 과제를 남겼다.또 선진당은 대전시장과 기초단체장, 지방의원 상당수를 배출했지만 정치적 고향인 충남에서 광역단체장을 내지 못하며 지역 대표정당으로서의 성찰을 재차 요구받았다.무엇보다 여당인 한나라당에 대해선 오만과 독선에 대해 매서운 경고를 내린 것은 주목할 부분이다.여당은 현직 광역단체장을 보유한 충청권과 강원도는 물론 '텃밭'임을 자신한 경남과 '무풍지대'라 판단한 수도권, 인천까지 내주는 뼈아픈 성적표를 받아들며 당의 명운마저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특히 충청권에서는 여당 일색이던 단체장과 지방의원이 대거 야당으로 물갈이되는 최악의 참패를 당하며 당세가 크게 위축됐다.세종시 수정안과 4대강 사업, 충청홀대론 등 MB정권의 일방통행식 정책기조와 한나라당에 대한 민심 이반이 북풍, 노풍을 견디고 그대로 표심으로 분출된 것.충청인들 사이에서 MB정권의 국정 운용 기조에 대한 전면적인 궤도 수정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갈수록 힘을 얻는 이유다.지역 정가의 한 원로는 "압승을 자신하던 여당이 지방선거 직후 지도부가 전원 사퇴 의사를 표하는 등 민심발 정계개편의 회오리에 휩싸이고 있는 이유를 각인해야 한다"며 "민의가 드러난 만큼 세종시 수정안을 비롯한 국론분열과 갈등을 야기하는 현안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용단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