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명 구속 ··· 대표·이사진·감독 등 사퇴키로
팬들 충격 속 "다시 뛰는 계기로" 응원 쇄도
프로야구와 함께 국내 양대 프로스포츠라 할 수 있는 프로축구계가 승부조작 파문으로 뒤숭숭한 가운데 시민구단인 대전시티즌(이하 대전) 선수들이 이에 대거 연루된 것으로 드러나며 큰 충격을 주고 있다. ▶관련기사 6·22면
대전은 29일 긴급 대책회의를 갖고 “이번 사건으로 구단의 명예가 훼손되고 팬들께 실망을 드린 점에 책임을 지고 김윤식 구단 대표와 이사 전원, 감독 등 코치진 전원, 팀장급 이상 직원 전원이 30일 구단주에게 사직서를 제출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또 “구단 이사와 감사, 대전시 공무원, 지역 언론사 관계자, 축구 전문가, 서포터스 등으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사건의 진상을 면밀하게 파악하고, 구단 발전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대전은 함께 발표한 공식 사과문을 통해 “스포츠토토와 관련된 불미스러운 사건에 대해 대전을 사랑해주시는 모든 팬과 시민 여러분께 진심 어린 사과와 유감을 표한다”며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해 승부조작이란 수치스러운 일을 발본색원하고자 한다”고 사태 해결에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돈 없고, 힘 없는’ 시민구단의 어두운 그림자가 자리하고 있다.
◆대전 선수 8명 소환, 4명 구속
프로축구 승부조작 사건을 수사 중인 창원지방검찰청 특수부는 대전 소속 8명의 선수를 소환, 4명을 전격 구속했다.
검찰은 브로커로부터 승부조작 대가로 1억 20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지난 26일 대전 미드필더 박 모(26) 씨를 구속(본보 5월 27일자 6면 보도)한 데 이어 그가 동료 선수 7명에게 돈을 나눠준 정황을 포착, 27일 4명, 28일 3명을 추가로 소환해 이 중 3명을 구속했다.
이들은 4월 6일 열린 ‘러시앤캐시컵 2011’ 대회 포항스틸러스와의 경기(0-3으로 대전 패)에서 승부를 조작하는 대가로 팀 동료인 박 씨로부터 1000만~4000만 원의 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시민구단이 승부조작 ‘표적’
검찰은 대전 외에 또 다른 시민구단인 광주FC에 대해서도 승부조작 혐의를 잡고 수사를 벌여 재정적으로 열악한 시민구단 선수들이 브로커들의 표적이 됐음을 알 수 있다.
대기업의 든든한 지원 속에 고액의 연봉을 받는 유명 구단 선수들과 달리 신분상 불안감을 느끼며 낮은 몸값을 받는 시민구단 선수들은 돈의 유혹에 빠지기 쉽기 때문이다.
검찰은 대전-포항전과 같은 날 열린 광주-부산전(0-1)을 승부조작이 벌어졌던 경기로 지목, 광주FC 골키퍼 성 모(31) 씨를 구속했으며 다른 선수들에 대해서도 수사에 나설 방침이이서 이들 두 시민구단을 아끼고 사랑하는 지역민들을 씁쓸하게 하고 있다.
이번 사건에 연루된 선수들에 대한 비난과 함께 일부 동정의 목소리가 일고 있는 것도 매년 운영예산 마련에 허덕이며 기량이 우수한 선수들을 타 구단에 팔아야 하는 시민구단의 암울한 현실과 무관치 않다.
◆스포츠토토 불법 고액베팅 횡행?
합법적으로 발행되는 스포츠토토에 고액 베팅을 막기 위해 각종 안전장치가 마련돼 있지만 불법 고액 베팅을 통해 거액의 배당금을 챙기는 행태가 가능함을 이번 사건은 보여준다.
불법 고액 베팅은 돈을 대는 전주(錢主)와 선수를 매수하는 브로커, 스포츠토토를 판매하는 복권방이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조직폭력배 출신이거나 이들과 연결된 것으로 알려진 전주들은 자신들이 직접 스포츠토토에 돈을 걸지 않고 수수료를 미끼로 복권방 업주들에게 베팅을 맡긴다.
이번 승부조작 파문은 수억 원을 베팅에 투입했으나 배당률이 예상보다 낮게 나오자 전주들이 뒤늦게 베팅을 하지 않기로 하고 브로커를 통해 선수들에게 준 승부조작 대가를 돌려받으려 한 과정에서 불거진 것으로 전해졌다.
필드에서 승부조작을 직접 실행한 선수들과 함께 이들에게 승부조작을 지시하고, 스포츠토토에 거액을 불법 베팅한 일당과 구체적인 불법 베팅 방법은 검찰이 규명해야 할 중요한 부분이다. 불법 베팅에 거액을 대고 선수들까지 포섭하는 승부조작 배후의 폭력조직에 대해서도 철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