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수사지휘권'·警 '수사개시권' 명시 ··· 검찰은 안도·경찰은 "새 노예계약" 반발도

검찰이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보유하되 경찰도 자체적인 수사 개시권을 갖는 내용의 검경 수사권 합의안이 극적으로 도출됐다.

정부는 20일 오전 청와대에서 임태희 대통령실장, 백용호 청와대 정책실장, 김효재 정무수석, 권재진 민정수석, 임채민 국무총리실장, 이귀남 법무장관, 조현오 경찰청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막판 조정을 벌여 이 같은 내용의 합의안을 마련했다.

정부는 이날 이런 합의안을 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에 제출했으며, 사개특위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수사권 조정안을 최종 가결시켰다.

이에 따라 검경 수사권 조정안은 국회 법사위로 넘어갔으며, 여야간 미묘한 의견 차이는 추후 국회 법사위 차원에서 추가 논의할 예정이다. 국회 논의에서 수용될 경우 이 안은 최종 확정된다.

합의안은 검찰의 수사 지휘권을 인정하되 사법경찰관은 범죄 혐의가 있다고 인식할 때에는 범인, 범죄사실과 증거에 관해 수사를 개시 진행하도록 하고 있다.

대신 사법경찰관리는 검사의 지휘가 있는 때에는 이에 따르도록 하되, 검사의 지휘에 관한 구체적인 사항은 법무부령으로 정하도록 했다.

정부는 국민 인권과 범죄 수사의 효율성, 수사 절차의 투명성에 기준을 두고 향후 6개월 내에 검찰과 경찰간의 협의를 거쳐 법무부령을 정하기로 했다. 또 검사의 지휘를 따르도록 하는 조항이 있는 만큼 `사법경찰관리는 검사가 직무상 내린 명령에 복종하여야 한다`는 검찰청법 53조는 삭제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합의안은 사법경찰관은 범죄를 수사한 때에는 관계 서류와 증거물을 지체없이 검사에게 송부하도록 하고 있다.

이날 검·경이 검찰의 수사지휘권과 경찰의 수사개시권 명문화라는 큰 틀에서 합의하기는 했지만, ‘내사’의 구분과 지휘 여부 등 실제 법 적용에서 시각차를 드러낼 가능성이 커 불씨가 남아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합의안이 사개특위를 통과하자 검찰과 경찰은 반응이 엇갈렸다. 검찰은 일단 실리를 챙겼다는 안도 분위기속에 우려도 감지됐다.

반면 일선 경찰 내부에서는 명분을 얻었지만 ‘오히려 하지 않는 것이 낫다’, ‘새로운 노예계약’이라는 등 격앙된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이들은 사법경찰관의 역할을 규정하는 형소법 196조 첫 항에 `검사의 지휘를 받는다`는 내용이 들어갈 경우 기존 형사소송법과 다를 바가 없고 검사의 지휘권만 더욱 강조된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날 경찰 내부 게시판에는 `치욕적 합의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새로운 노예계약이다` 등의 제목의 비난성 글이 연달아 올라와 수백건씩의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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