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총장 사실상 사퇴 수순
국회는 30일 오후 본회의를 열고 검찰이 강력 반발하고 있는 검·경 수사권 조정과 관련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그대로 통과시켰다.
지도부의 사의표명이 잇따르던 검찰은 이날 평검사도 사의표명에 나서는 등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논란 빚던 검·경 수사권 조정안 국회 통과
검찰이 집단 반발하고 있는 형소법 개정안은 이날 여야 의원들의 찬반토론 끝에 표결에 부쳐져 재석의원 200명 중 찬성 175명, 반대 10명, 기권 15명으로 가결됐다.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수사 현실을 반영해 경찰의 수사개시권을 명문화 했다.
또 제196조를 고쳐 경찰관에 대한 검사 수사지휘의 구체사항은 법무부령이 아닌 국무회의 심의가 필요한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했다.
경찰관에 대한 검사의 수사지휘 범위는 ‘모든 수사’로 정했다.
본회의에서는 형소법 개정안 외에도 국회 사법제도개혁특위에서 의결된 법원ㆍ검찰개혁 관련 법안이 일괄 처리됐다.
◆김준규 검찰총장 “4일 거취 표명”...공주지청 평검사 2명도 “사의”
국회의 검·경 수사권 조정안 수정에 반발한 지도부의 사의표명으로 소용돌이에 휩싸인 검찰에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청와대와 법무부가 긴급 진화에 나서면서 검난(檢亂)으로 치닫던 사태가 외형상 잠시 소강상태를 맞았으나 30일 국회 본회의의 수사권 조정안이 그대로 통과되면서 예측불가의 사태로 치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분위기다.
특히 김준규 검찰총장이 이날 “4일 거취 표명”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져 사실상 사의 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전날 5명의 대검 참모들을 포함해 모두 9명의 간부검사들이 사의를 표명한 데 이어 이날 공주지청에서는 평검사로는 처음으로 2명의 검사가 사의를 밝혀 파장이 일고 있다.
이날 사의를 표명한 공주지청의 최 모 검사는 검찰 내부전산망인 이프로스(e-pros)에 “풍전등화의 위기입니다. 죽기를 각오할 용기 없이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겠습니까”라는 글을 올렸다.
또 평검사들 사이에서 법무부와 검찰 수뇌부의 미온적 대응을 지적하는 책임론이 급속히 확산되는 등 일선 검찰청들도 크게 술렁이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검찰 성숙한 자세 보여야”...이귀남 법무장관 ‘검난(檢亂)’ 진화
김준규 총장은 이날 서울 서초동 대검 청사로 출근하지 않고 오전 10시부터 열린 제4차 유엔 검찰총장회의 개회식장인 삼성동 코엑스로 직행, 예정대로 개회사를 하고 회의를 주재했다.
행사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은 김 총장에게 "국민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성숙한 자세를 보여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전날 사의를 표명했던 대검 참모진 중 김홍일 중앙수사부장 등은 이날 오전 9시 박용석 대검차장 주재로 평소대로 조간회의를 열었으며, 조영곤 강력부장과 정병두 공판송무부장은 회의장에서 김 총장을 수행했다.
박용석 대검 차장은 오전 과장급 이상 부장검사들이 참가하는 확대간부회의를 주재해 "동요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김 중수부장 등 대검 참모진은 뒤이어 서울 시내 모처에서 이귀남 법무장관과 긴급 회동을 갖고 이번 사태에 대한 대책을 협의했으며, 이 장관은 전날 표명한 집단 사의를 거둘 것을 적극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