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일에 처해 가정이나 단체 등이 해체돼 버리거나 뿔뿔이 흩어지는 일에 처하게 되면 그 모양새를 두고 우리는 ‘풍지박산이 났다.’ 또는 ‘풍지박살이 났다.’ ‘풍비박살이 났다.’ 등으로 사용하고는 한다. 그러나 이때 사용해야 할 바른말은 ‘풍비박산이 났다.’이다.
풍비박산(風飛雹散)은 명사로서, ‘사방으로 날아 흩어지다.’의 뜻을 가진다. 이 말을 한자어를 통해 살펴보자. 바람풍(風), 날비(飛), 우박박(雹), 흩을산(散)이니 ‘바람에 우박이 흩어져 날린다.’의 뜻이다. 우박이 바람에 날리어 산산이 흩어져 있는 모습은 봤거나 상상하는 그대로이다. 멀쩡하던 것이 아주 엉망이 되어 산산이 조각이 나 흩어지면 그것이 바로 풍비박산이다.
따라서 가장의 사업이 망하게 돼 생활이 어려워진 가족이 돈을 벌기 위해 이곳저곳으로 흩어지면 ‘가정이 풍비박산이 났다.’라고 표현한다. 또 잘 나가던 정당이 당원들의 갈등이 격화되면서 당이 쪼개져 당원들이 뿔뿔이 흩어져도 마찬가지고, 일사불란하게 무리를 지어 구호를 외치던 시위대가 최루탄을 맞으며 갑자기 해산돼도 ‘풍비박산이 났다.’고 한다. 진열장 안의 유리병이 떨어져 박살이 나면서 조각이 이곳저곳으로 흩어진 것도 풍비박산한 것이다. 검경의 수사권 조정 문제로 세상이 시끄럽더니 검찰의 연이은 사표 제출이 또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국민은 국민을 위한 선진화된 조직을 원할 뿐이지 조직이 풍비박산하는 것은 희망하지 않는다. <본사 총괄국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