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나눔의 미학 그 상징이었던 사랑의 쌀독이 시나브로 사라져가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백만금처럼 여겨졌을 십시일반 한 줌 쌀의 가치도 덩달아 희석되고 있다.사랑의 쌀독 사업은 주변 시선 때문에 도움을 청하지 못하는 이들을 지원키 위해 지난 2005년 중구 부사동을 시작으로 대전 전지역에 확대됐다.동 사무소 한 켠에 속이 꽉찬 쌀독을 두면 필요한 사람들이 한 줌씩 덜어가던 복지시스템이었는데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과 지원부족으로 껍데기만 남은 상태다. 노숙자들이 쌀을 퍼가서는 상점에서 술과 바꿔먹는 일이 비일비재해지면서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아무도 모르게 쌀을 가져갈 수 있도록 외진 곳에 설치됐던 쌀독의 위치도 지금은 공무원의 ‘감시’가 가능한 동 주민센터 앞으로 옮겨졌다.중구 대사동 주민센터 관계자는 “현재 대사동 주민의 10% 가량이 기초생활수급자일 정도로 어려운 사람이 많지만 사랑의 쌀독을 운영하지 않는다”며 “각 동의 주민센터를 돌아다니면서 쌀독의 쌀을 수거해 가서 식당에서 막걸리 등으로 바꿔 먹는 노숙자 때문”이라고 말했다.그는 이어 “그렇다고 쌀독을 주민센터 안에 비치할 수 없는 만큼 실제로 어려운 분들에게 지원이 될 수 있도록 종교단체나 사회단체에서 후원이 오면 자료를 바탕으로 우선순서를 선정, 동에서 직접 배달하는 시스템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사정은 근근이 쌀독을 운영 중인 부사동도 마찬가지다. 부사동 주민센터 관계자는 “부사동은 현재까지 쌀독을 운영하고 있고 일주일에 4명 정도가 주기적으로 쌀을 가져가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술에 취한 사람이 센터에 와서 쌀을 달라고 하는 경우가 있지만, 이럴 경우 그냥 돌려보낸다”며 고충을 토로했다.사랑의 쌀독 운영의 어려움은 이뿐만이 아니다.막무가내로 퍼가는 사람도 문제지만 지원도 사실상 끊겼다.과거 복지만두레 지원과 주변 단체 등의 후원으로 운영됐지만, 현재는 주변 단체의 후원으로만 운영되고 있다. 후원마저도 경기침제로 인해 갈수록 줄어들고 있어 쌀독을 채우기는 턱없이 부족하다.부사동 주민센터 관계자는 “부사동이 대전시 처음으로 사랑의 쌀독을 운영했고 김치업체의 후원도 있어 생활이 어려운 가정에 쌀과 김치를 지원했다. 그러나 경기 침체로 인해 김치의 후원은 없고, 쌀도 (후원이)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부사동 쌀독은 한참 때는 하루 60㎏까지 찼다가 비었지만, 지금은 하루 10㎏도 어렵다고 한다.일각에서는 정말 쌀을 살 돈이 없어 굶는 사람이 거의 없다보니 ‘사랑의 쌀독’의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하지만 사랑의 쌀독은 복지정책의 사각지대를 위한 정책이니 만큼 좀 더 보완해 지속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의견이 더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