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산동 수정삼거리 돌샘유치원 돌연 폐원

주민들 당혹 "유치원 리모델링 한다더니"

용도변경 통과 ··· 관할기관 성토 잇따라

멀쩡하던 대전 도심의 사립유치원이 폐원 뒤 유치원 건물에 기업형슈퍼마켓(SSM) 입점이 추진돼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주민들은 문제의 유치원이 ‘유치원 리모델링’을 들어 휴원에 들어간 뒤 동네상권에 치명적인 SSM 입점을 비밀리에 추진하고 나섰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이와 함께 공동주택내 유치원 부지가 상업용으로 용도 변경하게 된 과정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당장 인근 상인들은 SSM 입점을 방치한 관계 기관에 대한 각종 의혹과 무능을 성토하는 분위기다.

대전 둔산동 주민과 상인 등에 따르면 둔산동 샘머리아파트·수정타운 인근 수정삼거리에 위치한 돌샘유치원이 교육청에 폐원 신고를 한 뒤 SSM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입점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이 유치원은 지난달 23일 관할 구청인 서구청에 교육용인 현 부지를 상업용인 근린생활1종으로 바꾸는 용도변경을 최종 통과했으며, 이달 초 관할 대전 서부교육지원청에 유치원 폐원 신고를 마친 것으로 파악됐다.

돌샘유치원은 대전 둔산동내 샘머리아파트와 수정타운, 둥지아파트 등 대단위 아파트 단지가 밀집한 이른바 노른자위 유치원으로 그야말로 성업(盛業)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올 초 ‘유치원 리모델링’을 이유로 휴원에 들어갔다가 돌연 폐원과 SSM입점 추진 소식이 전해지면서 인근 주민들은 당혹감을 드러내고 있다.

인근 주민 김 모 씨는 “올해 초 유치원을 리모델링한다고 아파트 주민들에게 안내문 공지까지 했다”며 “유치원이 폐쇄되고 SSM이 입점할 줄은 전혀 상상도 못했다”고 토로했다.

홈플러스 측은 돌샘유치원 건물에 지하는 체육시설, 1층은 할인매장, 2층은 병원을 입점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지난 1일부터 SSM입점을 위한 바닥과 천장 공사 등 건물 리모델링에 들어갔으나 주민들에게 유치원이 아닌 SSM 입점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관할구청을 항의방문하는 등 반발이 격해지고 있다.

인근 상가 번영회 관계자는 “인근 150m 이내에 대형마트와 SSM이 있는데 또다시 SSM이 들어선다는 것은 인근 동네 상인들보고 죽으라는 얘기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유치원 건물이 상가용으로 전환된 용도변경 과정도 논란이 일고 있다.
현행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칙’ 제 52조에 따르면 2000세대 이상 공동주택 단지에는 유치원 설치가 의무화돼 있다.

그러나 단서조항으로 이들 주택단지로부터 통행 거리 300m 이내에 유치원이 단 한곳이라도 있는 경우 여타 유치원들은 용도변경이 가능하다.

샘머리아파트는 2000세대 이상에 해당되지만 300m이내 3곳의 유치원이 있어 용도변경이 가능했다는 게 서구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주민들은 “인근 상인들에게 막대한 재산권 침해가 불보듯 뻔한데도 관련 조항만 들어 이를 묵인한 관할구청의 행태를 이해할 수 없다”며 “교육시설인 유치원은 상대적으로 저가에 분양해 상업용으로 전환되면서 막대한 차익을 남기고 떠난 셈”이라고 말했다.

대전시와 서구는 인근 상인들로부터 민원이 제기되자 현지 조사를 거쳐 인근 상가 번영회 등에 사업조정신청을 권고했으며 지난 15일 중소기업청에 사업조정신청 접수와 함께 사업자에게 사업개시 일시정지를 통보해 현재 SSM리모델링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그러나 향후 중소기업청의 사업조정결정이 나오더라도 이는 권고일 뿐 이행을 하지 않을 경우 해당 지자체는 법적 제재장치는 없다.

더욱이 SSM이 직영점 형태가 아닌 개인사업자 명의의 가맹점으로 개장할 경우 손쓸 방안이 없다는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시 관계자는 “개장 전에 알게 돼 사업조정신청을 했지만 이는 권고 사항일 뿐 개장을 강행한다면 방법은 없다”며 “현재 사업자 측의 동향을 주시하고 상황에 맞게 대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돌샘유치원 측은 이미 손을 떠난 상황이란 입장이다.
유치원 관계자는 “유치원 리모델링을 위해 휴원한 후 사실이 아닌 악의성 고발로 심적 고충을 많이 겪었다”며 “유치원을 접기로 마음 먹은 상황에서 건물을 놀릴수도 없고 잘해주겠다는 곳을 찾다보니 SSM과 계약이 체결됐다. 잘 해결됐으면 하지만 내 손은 떠난 사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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