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인근 유치원 보내려면 큰 불편" 분통

상인들도 "인근 상가 초토화 될 것" 전전긍긍

배경 설왕설래 ··· "시세차익 환수해야" 여론도

“유치원이 폐원해서 없어졌으니 이젠 알아서 유치원을 찾아 다니라는 건가요?”

“장사가 안됐던 곳도 아닌데. 올 초 유치원을 리모델링한다며 휴원하더니 갑작스레 문을 닫았다네요. 그 자리에 SSM은 또 어떻게 들어올 수 있는건지….”

27일 대전 둔산동 수정삼거리. 인근 상가마다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이 곳은 돌샘유치원이 돌연 폐원한 뒤 기업형슈퍼마켓(SSM) 입점이 추진되는 곳이다.

돌샘유치원은 올해 초 유치원 리모델링을 이유로 휴원에 들어가기 전 만해도 원아들이 끊이지 않던 곳이다. 주민들은 “줄을 서서 들어갔다”고 말했다.

동네에서 갑작스럽게 ‘사라진 유치원’.
주민들과 상인들 사이에선 당혹감을 넘어 배신감마저 진하게 묻어났다.

인근 수정상가에 입점한 한 상인은 “구청에서 승인까지 났는데 다 끝난 것 아니냐”며 한숨을 토해냈다.

◆300m 이내에 다른 유치원이 있다? 당신들이 다녀보쇼
샘머리아파트 주민들과 상인들은 당장 유아자녀의 통학 안전과 교육권 피해를 입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민 김모 씨는 “인근에 있는 유치원에 아이들을 보내려면 차들이 쌩쌩달리는 2차선 도로를 넘어 한참을 걸어가야 한다”며 “교통안전사고 위험이 커 매일 같이 부모들이 통학시켜야 하는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관할 구청인 서구청은 300m 이내에 유치원이 있으면 용도변경이 가능하다며 승인을 내줬는데 해당 공무원들이 이 곳 사정을 제대로 안다면 그런 결정을 내렸을까 의문이 든다”며 “분명 아파트 입주민들의 편의를 위해 설치된 단지내 유치원이 하루아침에 사라졌는데 책임지는 사람은 없다”고 토로했다.

◆도서관 설치 민원은 묵살되더니 SSM은 속전속결
대규모 아파트단지내의 유치원 폐원과 SSM 입점이 가져오는 파장은 클 수밖에 없음에도 최소한의 주민동의, 설명 절차도 없었다며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이들 지역 주민들이 수년간 요구하던 동네 도서관 설치 요구는 묵살되더니 기업형슈퍼마켓(SSM)은 그야말로 속전속결로 처리된다며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터져나왔다.

인근 상인 번영회 관계자는 “초기 유치원 개원 당시 유치원의 교육적 기능을 감안해 최적의 위치와 분양가에 대해서도 주민들이 일종의 특혜를 준 것 아니겠느냐”며 “이 같은 특혜를 받은 유치원이 폐원됐다면 당연히 교육시설이 들어서는 방안이 강구됐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아파트 앞 유치원은 문을 닫아 교육 환경은 나빠진 반면 SSM이 들어오게 되면 인근 상가는 초토화될 판”이라며 “상가 사장님들 중 금융부채를 껴앉은 분들도 많은데 그야말로 죽으라는 얘기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돌샘유치원의 갑작스런 폐원과 SSM 입점 추진 배경에 대해선 여전히 설왕설래하는 분위기다.
올 초 악의성 고발에 시달리던 유치원 운영자에게 홈플러스와 기획부동산 업자가 따라붙은 것 아니냐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와 함께 교육시설의 상업용 전환에 따른 막대한 시세차익을 다시 환수해야 한다는 여론도 제기되고 있다.

모 상인은 “90년대 초 샘머리아파트 건립과 함께 들어설 당시 돌샘유치원은 약 1억 5000만 원의 대출을 끼고 개원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현재 바로 앞 상가 평당 가격이 약 2000만 원 정도인데 약 300평 규모인 돌샘유치원의 시세차익이 얼마인지는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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