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구 논설실장

핸드폰이 나오기 훨씬 전에 일반 서민들에게 유선전화기는 유일한 통화수단이었다. 물론 군부대나 특수임무 부서에서는 무선 전화방법이 있었으나 일반인들에게는 ‘그림의 떡’이거나 만져보기도 어려웠다. 그 당시 유선 전화기에는 백색전화기와 청색전화기로 구분했다. 색깔로 구분하는 게 아니라 백색은 개인소유고 청색은 회사것 이었다.

그때 백색전화기 한 대 가격이 수백만 원을 호가했다. 번호가 좋으면 당연히 가격이 더 높았다. 그런 전화기가 얼마 후 무선전화기로 대부분 바뀌게 됐다. 누구 말대로 격세지감이다. 핸드폰은 변화의 속도를 가해, 이제는 스마트폰 등으로 바뀌었고 핸드폰은 이제 초등학생들도 신분보호용으로 가지고 다니는 구 시대 품목으로 되어 버렸다.

우리가 생활필수품으로 여기는 자동차의 경우도 그렇다. 세계 문명발달의 순환으로 볼 때 자전거문화가 있다가 오토바이문화, 그 후 자동차문화로 이어지는 기기문명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자전거에서 오토바이를 넘어 자동차로 한 단계 뛰어 넘는 바퀴문화를 이어왔다. 국가의 경제 능력이 급격히 높아지면서 오토바이문화가 단축된 것이다.

이렇다보니 그동안 자동차로 인한 사고와 문화가 없었다는 소리가 터져 나오기까지 했다. 바퀴문화가 속도를 더 내 듯이 세상은 참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하루가 멀게 느껴지는 세태 속에서 살아가기가 버겁다. 특히 통신 분야의 발달은 하루가 다르게 변모하는 것을 따라 잡지 못할 정도다. 컴퓨터도 태블릿 PC로 변하고 있다.

그런데도 아직도 컴퓨터 자판기를 마음대로 쓸 수 없는 50대 후반들은 펜을 고집하며 살고 있고 E-메일이나, 인터넷에 숙달되지 못한 국민들도 많다. 이렇다보니 젊은이들과 노인과의 사고가 다르고 생각이 다르며 행동도 다를 수밖에 없다. 과거 수천 년의 과학문명 발달이 최근에 와서는 몇 달, 며칠이면 바뀔 수 있는 세상이 되어 버린 것이다. 급변하는 세태 속에 변하지 않은 것은 추상적이고 형용사적인 수사단어 뿐이다. 부모와 자녀 간의 사랑, 친구 간의 우정같은 삼강오륜(三綱五倫)이나 바뀌지 않았지, 세상의 모든 사고와 행동 등은 크게 바뀌었다.

요즘 젊은 여성들은 약간의 성형은 기본으로 생각하고 있다. 마음씨 미운 것은 봐줄 수 있어도 얼굴 못생긴 것은 봐줄 수 없다는 게 젊은이들의 사고방식이 되어 버렸다. 한 정치인이 룸살롱의 접대부를 빗대어 “요즘 미인들은 모두 성형을 해서 자연산이 더 인기 있다”고 했다가 호된 질책을 받기도 했다. 미인도 성형으로 다시 태어나는 세상이 되었으니 무엇이 변하지 않겠는가.

변해야 살아갈 수 있다는 말에 이의를 달수가 없게 됐다. 전쟁도 총으로 싸우던 시절이 끝나가고 있다. 경제가 전쟁을 억제시키고 돈이 없으면 전쟁도 벌일 수 없는 세상이다. 아무리 호전적인 북한이라도 전쟁을 벌이려면 막대한 전쟁준비금이 있어야 한다. 공중전에 필요한 최신형 전투기나 수조 원을 호가하는 항모 같은 신형 전투장비가 없이 전쟁을 벌여 봤자 백전백패를 당한다.

경제가 곧 전쟁을 억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의 전쟁은 전투사들의 몫이였으나 지금은 최첨단 전자장비가 맡고 있다. 신형 로봇 레이더가 길목을 지키거나 보이지 않는 미사일이 밤하늘을 날아 목표물을 정확히 타격할 수 있다. 전자장비가 전투력의 상징이 되어 버렸다. 옛날 것을 고집하며 살아갈 수 없게 된 세상이다. 살아 남기 위해서는 과거의 생각과 아집을 버려야 한다. 사고도 변해야 하고 행동도 변해야만 한다.

과거 방식대로 장사를 하면 망하기 쉽다. 지금의 젊은 세대들은 필요한 물건이 있므면 인터넷 판매망을 통해 상당히 많은 양을 구입한다. 비행기나 열차표도 인터넷에서 구매하고 극장표 한 장도 스마트폰이나 아이패드로 구매할 수 있다. 이런 세상에 살고 있는데 과거 고리타분한 방법으로 구멍가게 장사를 해 보았다 별 볼일 없이 곧 문을 닫아야만 한다. 모든 사고와 행동을 바꾸지 않으면 가혹하리 만큼 험난한 경쟁에서 버티어 나갈 수 없다.

교육도 진취적으로 바뀌어야 하고, 정치도 이념과 아집으로 버티는 것보다는 타협과 소통으로 바뀌어 나가야 한다. 회사도 허울과 허례허식을 버리고 고객을 감동시킬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 내거나 서비스를 제공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과거의 사고는 버리고 새롭게 다시 태어나야 한다. 사고와 행동이 변하지 않는 한 가정, 사회, 직장, 국가는 한 단계 뛰어 넘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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