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의료계 리더에게 듣는다 - ③ 홍승원 대전·충남병원회 회장 (대전 기독요양병원 원장)
| 지난 2000년 의약 분업 사태시 ‘삭발 투쟁’은 홍승원 대전·충남병원회 회장(대전 기독요양병원 원장)의 유명한 일화 중 하나다. 당시 의쟁투 중앙부위원장으로 투쟁의 최선봉에 섰던 그는 당시의 일로 300만 원의 벌금형으로 받기도 했다. 그는 이를 ‘영광스런 상처’라고 회고했다. 질병을 다루는 천직의 의사이지만 의료계의 구조적인 모순에 대해서도 과감하게 메스를 댔다. 때문에 의료계 문제와 지역민들의 건강과 관련된 일이라면 항상 그의 이름이 빠지지 않는다. 홍승원 회장은 의사 권익문제 등 작금의 의료계 상황에 대해 “예전보다 더 악화된 상황”이라고 정리를 내렸다. 최근 지역의 가장 큰 이슈부터 물었다. 홍 회장의 답변은 차분하고 신념에 찼다. 편집자 |

홍승원 프로필
▲천안 출신 ▲대전고 ▲충남대 의대 ▲의학박사(충남대) ▲육군 대위 예편 ▲대동외과 의원 원장 ▲충남대 의대 동창회 회장 ▲대전지검 의료자문위원 ▲충남대 의대 의행장학재단 이사장 ▲대전 동구의사회 회장 ▲대전의사협회 개원협의회 부회장 ▲대전시의사회 회장 ▲대전경실련 공동대표 ▲대한의사협회 부회장 ▲한국의정회 부회장 ▲을지대의대.충남대의대.가톨릭대 의대 외래교수 ▲대전시의사회장 ▲대전충남병원회 회장(현) ▲대전시의사회 대의원회 의장(현)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 부의장(현) ▲대전 기독요양병원 원장(현)
“대형병원이 몸집 불리기 뿐만 아니라 문어발식 확장을 의료계에 도입하고 있다. 더욱이 지역까지 대형병원의 세를 확장한다는 발상 자체에 당혹감을 금할 수 없다. 비난을 받아야 하고 그런 부분은 억제시킬 필요가 있다.
- 삼성 측은 직원 복지를 위한 검진센터라며 지역 의료계에 영향력과는 별개임을 주장하고 있는데.
“그렇지 않아도 지역의 병원들이 저수가 문제라든가 지역, 병원간 양극화 문제가 불요불급 사안이다. 자기 회사 직원 복리용이란 명목으로 내려오겠다라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천안은 인구 50만의 도시다. 50만 도시에 건진센터를 한다면 지역 의료시장의 수요와 공급이 어떻게 변화될지 생각해야 한다. 삼성병원측은 직원들에 대한 의료서비스라며 별문제가 안된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그들 말대로 직원들에 서비스를 한다면 천안아산이 아닌 서울에서도 충분히 가능하다.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이다.”
- 삼성병원 측의 또 다른 이유가 있다는 뜻인가.
“지금은 건진센터라고 하지만 나중엔 일반병원도 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성모병원이나 아산병원, 삼성병원등은 서울 한강 주변에 위치하고 서울 등 수도권 환자와 지방 환자도 받는다. 서울 대형병원들이 지방으로 내려오겠다는 것은 지역의 거점 경쟁에서 먼저 들어와 있겠다는 생각 아닌가. 또 지역의 돈들이 어디로 가는가. 그대로 서울로 올라간다.”
- 일부에선 환자들의 병원선택권, 진료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환자들의 눈높이는 올라가는데 지역 의료계의 수준이 못따라가는 것 아니냐는 성찰론도 제기된다. 결과론적으로 지역 의료계의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것인데 외적 환경상 쉽지 않아 보인다. 어떻게 방향을 잡아야 하나.
“기본적인 건강검진은 지역간에 큰 차이는 없다. 지역의 대학병원들도 서울 못지 않다. 오히려 능력있는 전문의들도 상당하다. 지역 병의원의 기능에 대한 정부·지자체의 지원과 지역민의 관심이 필요하다. 지역 의료 체계는 선순환 구조를 가야 한다. 지역민들이 지역병원들을 신뢰하고, 다시 지역병원들은 이를 바탕으로 우수인재와 선진기술을 확보하는 구조로 가야한다. 분명 처음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따라가기 힘들거나 지역민들의 눈높이에 걸맞지 않다고도 할수 있으나 ‘냇가가 천이 되고 강이 된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다. 물론 의사들도 최선을 다하는 의사상을 구현해야 한다.”
- 지역 의료계 경쟁력 제고방안을 묻지 않을 수 없는데.
“능력이 있어도 자본이나 제도적 뒷받침이 부족하면 성과를 극대화하기 어렵다. 대전과 충남 의료계의 경우 현재 태생적으로 어려운 부분에 있다. 그렇다고 가만히 앉아 있을수는 없다. 지역에 밀착한 병원을 만들어야 한다. 가족같은 병원, 언제 어디서든 쉽게 상담하고 의지하는 병원이 돼야 한다. 병원간 연합도 고려할 부분이라고 본다. 백화점식이 아닌 한가지 분야를 자신있게 하고, 브랜드화 할 수 있는 병원이 필요하다. 지역내 개인병원, 중소 병원들도 지역의 대형 병원들과 연계를 해야 한다. 예전에는 대학병원의 문턱이 높다고 해서 꺼리는 부분도 있었으나 지금은 서로 손을 잡고 상생하려고 한다. 이는 큰 자본을 안들이고 큰 병원의 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고 본다. 또 지역민들도 지역의 건강한 의료시스템 구축을 위해 지역병원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보내주셨으면 한다. 지역 보건의 실핏줄 역할을 하는 병의원들이 문을 닫으면 결과적으로 피해가 주민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지역병원들도 많이 달라졌고, 비교우위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장비와 의료진들도 서울과 어깨를 나란히 할정도로 업그레이드됐다. 친절도도 많이 달라졌다. 피부에 와닿는다고 자신한다.”
- 좀더 자세히 들어가 보자. 금강일보가 올해 초 대전충남 의료계에 대해 심층 보도를 한 적이 있다. 당시 진단은 1차 의료기관인 동네 병의원은 경영난을, 대형병원은 인력난으로 모아졌다. 타개책은 없나.
“근본 처방이 필요하다. 의사협회나 보건복지부도 알고 있다. 강제성을 부여하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구조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실천적 노력이 병행되지 않고서는 결코 쉽지 않은 사안들이다. 타 지역으로 유출되는 인력난도 고민거리다. 근로조건 등을 월등하게 하지는 못할 망정 비슷한 정도는 가야 하지만 안정적인 병원 운영을 위한 수요 창출이 안되는 부분도 있다. 또 하나는 지역 의대에 재학 중인 의대생들 가운데 타 지역에서 오는 학생들이 많다는 점이다. 이들 중 의사자격증만 받고 고향으로 가서 일하겠다는 경우가 적잖다. 정치, 경제적인 것이 서울로 집중되다보니 의료도 서울로 쏠림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복지부 정책도 지방의료현실을 고려한 정책 입안이 필요하다. 현재 복지부 규정에는 일정 인원 이상의 간호사를 운용토록 하고 있다. 그러나 간호사나 의사들이 서울 등 타 시도로 유출되고 정원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해당 병원에 대한 등급을 깍는다. 그러면 환자가 줄어들고 악순환이 일어난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한 근본처방이 필요하다.”
- 대전 충남 의료계의 현주소를 진단한다면.
“병원은 많은데 취약하다. 전국에서 의료기관수를 따진다면 대전은 전국에서 두 번째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다는 것이다. 병원이나 의원이나 1년에 폐업이 10%나 된다. 지역에서 잘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너무 힘들다. 파이가 작아진다. 상대적으로 지역색이 적은 점도 오히려 지방 의료계에는 어려움을 가중시킨다. 일부 얘기들이긴 하지만 영남, 호남에선 타 시도 출신 의료진이 정착하기 힘들다라는 말들이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충청도는 그런게 없다. 그렇다보니 지역 출신 의료진들이 지역에 정착해 봉사하려고 해도 피부로 느끼는 현실의 벽은 타 시도보다 훨씬 높은 것 같다.”
- 일부이긴 하지만 대전 의료 공동브랜드를 만드는 것에 대한 의견도 개진된다.
“상당히 어렵다. 군대처럼 일사분란한 구조라면 모르겠지만 의료계의 개인적인 성향은 무시못할 점이다. 한계가 있다. 개인주의가 극복과제라 하겠다.”

- 대전·충남 의료계와 지자체가 블루오션으로 조명받는 해외환자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현재 초기 걸음마 단계인데 조언을 한다면.
“싱가폴이나 말레이시아, 태국보다 출발은 늦었다. 아직도 구조적으로 해외환자 유치에 경직되고 보수적인 면들을 벗어내지 못하고 있다. 외국인 환자 유치를 위한 허브를 만든다고 하지만 경쟁력 있는 의료분야는 피부과나 치과, 성형, 건강검진 등 정도가 꼽힌다. 이 때문에 일부에선 비관적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현재의 일부 진료분야에 특정된 상황을 어떻게 풀어가느냐가 성패를 가르는 현안으로 보인다. 지역 문화, 예술 등 관광분야에 대한 특화전략도 강화해야 한다. 대전은 대표 음식점이 한밭식당이라고 하는데 이마저도 특성화에선 없어졌다. 벤치마킹도 하고, CEO개념을 주지시켜 자생할수 있는 분야들을 육성해야 한다.”
- 지난 2000년 의약분업 투쟁시 강도높은 투쟁을 이끌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당시 의쟁투 중앙부위원장으로 삭발 시위도 마다하지 않았는데 어떤가. 현재 의사들의 권익 수준은 어떻다고 보는가.
“지금은 그 당시에 비해 60% 정도가 되레 축소됐다. 원인은 의사들에게서 찾아야 한다. 단결이 안된다. 40대가 70%다. 세대간 갈등이 심하다. 이유는 서로들 어렵기 때문이다. 의협 회장도 직선제에서 간선제로 다시 직선제 해야 한다며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이렇게 저렇게 해보자는 것인데 잘자라던 나무도 자꾸 옮겨 심으면 뿌리가 상한다. 패가 갈려 있는게 문제다.”
- 영리병원 문제가 하반기를 달굴 전망이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8월 임시국회에서 제주특별자치도와 인천송도국제도시에 내국인이 영리병원을 설립하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안을 반드시 처리하겠다고 하고 있다. 약 10년 동안 난항을 거듭했던 사안으로 알고 있다. 어떻게 바라봐야 하고 지역의 대응방안을 찾자면.
“대전에 영리병원을 만들겠다는 것은 시기상조다. 나름대로 경제적 부담이 된다고 하지만 특정지역은 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때 가서 안된다고 하면 법적 제재를 할수 있다. 환자가 오고 가고 할수 있으나 무조건 안된다는 것은 쇄국정책이나 다름없다. 개인적으로는 찬성한다. 한번 시도할 필요가 있다.”
- 복지부 정책은 어떤가. 잘하고 있나.
“정체성이 약해져 있다. 장관 하나에 따라 달라진다. 예전 유시민 장관때 병원 환자 식대값을 20% 받도록 하는데 정부에서 해주겠다고 했다. 포퓰리즘이다. 말이 안된다고 생각했다. 결국 6개월 했다. 다시 원위치됐다. 장관이 바뀌면 문제를 다른 문제로 끌고 나가는 경우가 많다. 전문성 부족에서 나온 원인이지 않나 싶다. 김근태, 유시민, 전재희 전 장관과 현재의 진수희 장관도 전혀 의료 전문가가 아니다. 국가에서 보건정책을 하려면 전문성을 갖춘 인물을 앉혀야 한다. 그런데 사회복지 분야 인사들을 앉혀놓다보니 의사와 약사가 각각 한 집단이 돼 있는데 어느 입맛에도 못맞추고, 정체성이 약하다보니 설득력이 약하다.”
- 지난 5월 대전·충남병원회 회장으로 선출됐다. 앞으로 2년 임기인데. 어떤 각오로 임하실 생각인지.
“병원협회 활성화가 부족한 부분이 있다. 현재 대전충남 조직은 가입율이 상당히 떨어져 있다. 전체가 200여 곳인데 병원회 가입이 25-30% 수준 밖에 안된다. 병원 협회의 위상과 역할을 높이도록 노력하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