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국
<본사 총괄국장>
셀프서비(self-service)란 것이 있다. 식당 등 각종 매장에서 소비자가 직접 주문해 가져가고, 식기를 되 갖다 두거나 하는 뒤치다꺼리를 비롯, 매장 관계자의 서비스를 소비자가 대신 하는 식의 매장 운영을 두고 하는 말이다. 셀프서비스는 여러 분야에서 활용이 늘면서 여러 형태로 선을 보이고 있으며, 호응이 좋아 발전 속도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소비자가 서비스를 대신 해야 하는 이 셀프서비스의 장점은 인건비와 임대료 등 각종 경비를 줄인 업체가 소비자에게 할인 등의 혜택을 부여하는 것에 있다. 업주와 소비자 모두에게 만족을 제공, 두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며 시너지를 일으켜 셀프서비스가 왕성하게 발전을 해나가는 것이다.

그러나 전혀 셀프서비스의 이해관계에 대한 논리적 일치를 찾을 수 없는 업소가 소비자들의 아무런 저항 없이 번창하고 있는 곳이 의외로 많아 참 의아하다. 셀프서비스의 장점이 없는데도, 즉 셀프서비스라면서도 소비자에게 혜택을 부여하지 않는데, 셀프서비스 업소가 영업이 잘 되는 것은 어디서 이유를 찾을 수 있을까.

장거리 여정에 잠깐의 활력소를 충전하기 위해 들르는 고속도로 휴게소에는 어김없이 셀프서비스가 버티고 있다. 그러나 가격이 절대 저렴하지 않다. 아니 다른 곳들과 비교해보면 차라리 비싸다. 그런데도 휴게소 내 식당은 셀프서비스라서 사용한 뒤 식기 등을 제자리에 갖다 두지 않는 사람을 찾기가 어렵다. 대기업의 인스턴트식품 매장도 오래 전부터 셀프서비스로 운영되고 있으며, 요즘에는 한 컵에 5천 원을 넘는 고가의 커피 전문점조차 셀프서비스로 운영된다.

이러한 곳에서 소비자가 셀프서비스의 범주를 벗어난 행동을 보이면 어떻게 될까. 식기나 커피 잔 등을 그냥 두고 가버려도 법적 책임이 뒤따른다거나 업소 관계자의 지청구 따위도 없다. 그러나 예의도 문화수준도 상식 이하의 저급한 사람으로 매도되고, 이내 주변의 예리한 시선이 뒤통수를 헤집는다. 가격인하라는 당근을 던지지도 않은 채 셀프서비스를 도입한 업소의 전략은 이래서 늘 유효한가 보다.

셀프서비스를 한 차원 높은 수준의 문화라고 여기고, 현재 가격은 셀프서비스 때문에 충분히 저렴하다고 단정해버리는 소비자들의 착각이 넘쳐나는 진풍경이다. 속내야 알 수 없지만, 소비자 누구도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내지 않는다. 되레 장사가 잘 된다. 볼수록 참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으며, 향후 셀프서비스가 어디까지 발전할 수 있을지, 얼마나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칠지 자못 궁금해진다.

이렇게 셀프서비스 매장의 신통방통함에 감탄하다 보면 셀프서비스의 이 메카니즘을 우리 사회의 기초질서 정착에 도입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셀프서비스에 지극히 호의적으로 반응하는 소비자의 심리를 연구하고, 이를 기초질서 확립에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낸다면 건강한 미래 사회를 위해 참 의미 있는 일이 될 수 있다. 기초질서와 공중도덕의 준수는 문화시민의 당연한 의무라 여기며, 아무런 혜택을 받지 않고서라도 기꺼이 몸소 실천하는 선진 국민으로 가득한 수준 높은 사회의 실현이 가능해진다.

단순히 희망사항에 그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사회 이곳저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무질서와 실종된 공중도덕으로 인한 무개념의 일탈 행동 시리즈를 보고 있자면 항상 떠오르는 상념이다. 도무지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의 행동이라 할 수 없는 흉악망측(凶惡罔測)한 모습을 하나 둘 마주할 때마다 가슴을 때리는 실망감이 던지는 화두인지라 셀프서비스의 활용에 대한 관심은 도무지 사그라지지 않는다.

제 돈 다 내면서까지 기껍게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 소비자들이 이렇게 넘쳐나는데, 기초질서, 공중도덕에도 충분히 적용 가능한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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