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최대 동산기획 김진수 사장이 말하는 업체 현실

대전에 본사를 둔 동산기획 김진수 사장은 금강일보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참담한 심경부터 토해냈다.
그는 본보의 ‘정부, 태극기에도 과세(본보 8월 16일자 1면 등 연속 보도)’ 보도에 대해 감사하다는 뜻과 함께 “할 말이 많다”며 인터뷰를 자청했다.
올해로 창업 16년째를 맞는 동산기획은 전국 태극기 납품 물량의 70%를 차지하는 자타공인 업계 대표 주자다.
◆전국 물량 70% 납품 업체의 비애
외관상으론 독과점이나 다름없지만 그의 대전 서구 월평동 공장 재고 창고엔 태극기를 찾기가 힘들다.
판매가 불티나서가 아니라 수요 자체가 없다보니 재고 물량을 만들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는 태극기 전문 업체가 경영난에 시달리고, 기피 산업으로 전락한 현실에 안타까움과 울분을 토로했다.
애국심 하나로 태극기 한우물을 팠던 그도 직원들의 월급 걱정을 하며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김 사장은 “처음 태극기 제조에 뛰어들때만해도 전국적으로 소규모 사업장이 매우 많았다”며 “하지만 16년이 지난 지금은 우리 회사와 부산의 한 업체 등 전국적으로 제조업체는 5개도 안 된다”고 말했다.
국내 태극기 제조 산업 자체가 자취를 감추고 몰락한 것이다.
국내 제조업체의 총 매출액도 16년전과 비교할때 현격히 떨어졌다. 과거와 비교하면 2/3가량 수요가 줄어들었다.
국내 납품 물량의 70%를 차지하는 동산기획이지만 매출액은 50억 원 안팎에 그치고 있다.
최근엔 차라리 미국과 중국, 일본, 동남아 국가 등 외국기(旗)가 효자다. 동산기획은 호텔, 행사장 등에서 사용되는 외국기도 제조 납품하고 있다. 이들 외국기에서 남는 이윤이 없었다면 벌써 문을 닫았다는게 엄연한 현실이다.
◆정부·지자체조차 태극기 외면
정부가 아예 두 손을 놓은 것은 아니었다.
제각각이던 태극기 규격, 색자표 등을 통일시키고 태극기 제조와 관련한 규정도 선진국 수준으로 강화했다.
하지만 이게 되레 화근이 되고 있다.
정부가 태극기의 품질을 선진국 수준으로 향상시킨다며 방수, 정전기 방지 기능 등을 규정으로 권장했다. 그러나 정부와 지자체는 정작 태극기 정부 조달에선 재정 문제를 들어 싼 것만 찾았다.
결국 정부가 의욕적으로 도입한 규정은 업체 권장과 실제 구매를 달리하며 규정을 사문화시켜 버렸으나, 전문 제조 업체들에게는 ‘법 준수’란 명목 하에 생계를 옥죄는 규정으로 남고 있다.
정부 기관들도 국민들에겐 태극기 달기운동을 독려하는 것과 달리 자체 태극기 수요는 갈수록 줄이고 있다.
재정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자 만만한(?) 태극기 관련 예산부터 손을 댄 것.
국경일 등에 도로변 국기꽂이에 거는 태극기도 예전엔 한 기둥당 1-2개씩에서 최근엔 두 기둥 당 1개씩으로 줄였다.
김 사장은 “전국적으로 도로변 국기꽂이에 게양하는 양이 몇년전만 해도 120만개에 달했다”며 “하지만 지금은 물량 자체를 줄인데다 그 중에 1/3가량은 오염 문제로 해마다 교체를 해줘야 하나 이 마저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풍전등화 위기 전문업체 관심 필요…인증제 도입도
과거에 비해 몸집이 크게 줄어든 관련 시장도 그야말로 혼란이다.
월드컵 응원전 등 반짝 특수나 정부 기관 등의 대량 물량 체결땐 ‘치고 빠지는 식’의 업체들이 난립, 태극기 제조에만 전념하던 업체들을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
정부 발주시 입찰 자격요건을 옥외광고등록을 필한업체로 무한 개방하다보니 군복 제조 업체가 태극기 수주에 뛰어드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제품의 질이나 전문성보다 얼마나 싼 가격에 공급할수 있느냐로 모아지면서 제품 개발에 매진했던 전문업체들은 헛수고만 한 셈이 되고 있다.
태극기 관련 특허만 8개를 딴 김 사장이지만 정부입찰 등 시장에선 “몇천원 더 비싸다”며 이들 특허제품이 외면받고 있다.
김 사장은 “태극기 전문제조업체들이 명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가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며 “국기의 상징성을 감안할 때 저가(低價)지상주의만 판치는 시장 질서도 바로 잡아야 한다. 태극기 제조업체 인증제 도입도 하나의 해결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