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운 정치부장

대덕대학 학장과 한국과학기술원 인공위성연구센터 소장을 맡으며 이 지역과 인연을 맺기도 했던 최순달 전 체신부 장관은 공과 사의 구별을 엄격히 하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대덕대학이나 과학기술원에서 그를 보좌했던 주변인들의 말을 모아보면 최 전 장관은 몹시 청렴해 근검절약을 몸소 실천할 뿐 아니라 공과 사의 구분이 엄격한 생활을 했다고 한다. 그는 평일 공적인 업무를 볼 때는 기사가 딸린 업무용 차량을 사용했지만 퇴근 후 시간이나 휴일 등에 자신의 사적 업무를 볼 때는 낡은 소형차를 직접 운전하며 다녔다고 한다.

염홍철 대전시장도 공과 사의 구분이 엄격한 지도자로 소문이 나있다. 평소 “작지만 잘못된 관행을 없애자”는 말을 자주하는 염 시장 역시 관용차와 개인차를 엄격히 구분해 사용한다. 평일 업무를 볼 때는 의전용 관용차 ‘에쿠스’를 타지만 주말이나 휴일에는 개인차량인 ‘제네시스’를 탄다. 전국 최초로 자치단체장의 관사를 반납해 어린이집으로 활용토록 했던 염 시장은 각종 축·부의금이나 경·조사 화환 등을 보낼 때도 엄격히 공사를 구별하는 것은 물론 사적으로 발송하는 우편물의 경우, 우표 요금도 직접 부담한다고 한다. 그를 근거리에서 보좌하는 비서진도 철저한 공사의 구별에 놀랄 때가 많았다고 분위기를 전한다.

대전시체육회 진장옥 사무처장도 공사를 구별하는데 있어 누구에게 뒤지지 않는 인물이다. 얼마 전 기자와 사적으로 만날 때 진 처장은 약속장소까지 택시를 타고 나왔고 헤어질 때도 택시를 이용해 귀가했다. 진 처장 역시 개인적인 용무를 볼 때는 절대 관용차를 타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용차를 운전하는 기사도 사적인 용무에 절대 부르지 않는다고 한다. 출근과 퇴근도 자신의 차를 직접 운전해 스스로 한다.

공과 사를 구분하는 일은 당연한 일이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자본주의 사회는 ‘네 것’ ‘내 것’ ‘우리 것’을 정확하게 구분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그 기본 원칙을 철저하게 지키는 인물은 그리 많지 않다. 공공재산은 우리 모두의 재산이다. 다만 특정인이 공익을 위해 사용하고 그들이 모두의 재산을 대표해 관리하는 것뿐이다. 이 같은 기본을 이해하지 못하고 실행하지 못하는 인물은 공인으로 나설 자격이 없다.

한 고위공직자가 자정이 가까운 시간까지 술자리를 가지면서 수행원과 기사를 대기시켰다가 늦은 시간에 관용차를 타고 귀가하는 것을 지켜본 일이 있다. 1만 원이면 택시를 타고 편히 귀가할 수 있었을 텐데 그는 관용차를 고집했다. 그가 술자리를 갖는 동안 각 가정의 가장들인 수행원들은 아무 하는 일도 없이 술자리를 갖는 바깥 공간에서 불편하게 자리를 지켜야 했다. 그 고위공직자가 조금만 남을 배려하는 인물이고, 공과 사를 엄격히 구분하는 인물이었으면 수행원들은 일찍 귀가해 가족들과 편한 시간을 갖고 다음날 활력 있게 일할 수 있었을 것이다. 더불어 술자리를 함께 했던 사람들의 마음도 불편하지 않았을 것이다.

사기업도 마찬가지다. 회사가 법인의 경우, 법인의 재산은 개인의 재산과 엄격히 구분된다. 일부 기업은 사주의 친인척들을 서류상의 회사원으로 등록해놓고 매월 급여를 발생시켜 횡령하기도 하고, 법인카드로 살림살이를 장만하기도 한다. 회사차로 자녀들의 등하교를 시키거나 안주인이 시장을 보러 가는 경우도 목격된다. 일일이 열거할 수 없지만 상당수 회사에서 공과 사를 구분 하지 못하는 경영주들의 몰상식한 행동은 태연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네 것’ ‘내 것’ ‘우리 것’을 구분하지 못하는 사회풍토는 후진적인 저소득 국가에서 일반화 돼 있는 일이다. 경제수준이나 교육수준을 고려할 때 아직도 이 나라에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는 풍토가 남아있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선현들은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사람됨을 평가하는 방법을 우리에게 일러주셨다. 내년은 총선과 대선이 연이어 치러지는 해이다. 후보자를 선택할 때 고려해야 할 많은 사항들이 있지만 공과 사를 정확히 구분할 줄 아는 인물인지를 반드시 평가해 달라고 유권자들에게 당부하고 싶다. 왜냐 하면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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