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특정학교에만 지원자들 몰릴 수도

추첨제로 선발 ··· 우수자원 확보 어려워

자율형 공립고(이하 자공고)들이 이달 말부터 입학설명회를 통해 우수 자원 확보에 나설 계획인 가운데 교육계 안팎에서 자공고의 취지가 퇴색될 수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교육력 제고를 통한 지역간, 계층간 교육격차 해소 차원에서 지정된 자공고.
그러나 명문고의 옛 명성 회복 및 신흥 명문고의 발판으로 여겨지면서 지원자들의 특정 학교 쏠림현상이 나타나 자공고의 의미를 반감시킬 수 있다는 의견이 개진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학생 선발에 대한 제도 개선에도 불구하고 일명 ‘묻지마 식’ 지원도 여전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자공고는 공교육 신뢰를 통한 지역 교육격차 해소를 주목적으로 지정됐지만 외국어고 등 특수목적고의 학생 쏠림으로 나타나는 부작용을 없애기 위한 한 방편으로도 추진된 정부 정책이다.

자공고는 일반계 고교와 같은 등록금으로 학교 운영의 자율성 및 교육과정의 다양성으로 수월성 교육이 가능하다. 교원은 100% 초빙으로 임용할 수 있고, 교육과정 개발비와 교원 연수비 등으로 매년 2억 원의 재정지원도 받는다.

지역 교육계는 이를 바탕으로 교육 경쟁력 제고는 물론 교육격차 해소, 우수 학생의 타 지역 유출 방지 등 긍정적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대전지역에서는 지난해 대전고, 동신고, 송촌고에 이어 올해 충남고, 노은고, 대전여고가 자공고로 지정됐다.

자공고는 지난해 지원자가 대거 몰리면서 큰 인기를 누렸다.
대전고는 420명 선발에 2834명이 지원했고, 송촌고는 420명 모집에 974명, 동신고도 291명 정원에 404명이 몰렸다.

그러나 올해 3개교가 추가로 지정되면서 자공고 취지 퇴색 우려가 불거지고 있다.

산술적으로 대전지역 5개 자치구에 1개교 이상이 지정된 셈인데 학생들에게는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고 볼 수 있으나 학생수의 큰 변동이 없는 상태에서 작년 같은 인기를 구가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그만큼 우수 자원 확보가 어려운데다 학력 수준 저하도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올 초 자공고 신입생을 대상으로 자체 평가를 실시한 결과, 300점 만점에 100점 미만의 점수를 받은 학력부진학생 수가 두배 가까이 늘었다.

이에 따라 대전시교육청은 지난해 성적에 관계 없이 추첨제로 선발한 규정을 개선, 자율형 공립고와 일반고를 합한 총 정원을 내신 성적으로 선발키로 했다.

하지만 최종 선발은 지난해와 같은 지원자 중 추첨을 통해 신입생을 뽑아야 돼 ‘묻지마 식’ 지원으로 인한 학력 저하 현상을 배제할 수 없다.

또 일부 자공고로의 쏠림현상도 우려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동안 선의의 경쟁을 벌여온 충남고가 자공고에 추가 지정되면서 대전고와 충남고의 각축전이 예상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지난해 자공고 지원 현황을 보면 대전고를 제외한 학교의 지원자 대다수는 인근 지역에 다니는 중학생이었다.

반면 대전고는 신탄진, 진잠, 노은 등 대전의 전 지역에 고르게 분포됐다.

충남고도 대전고와 유사한 지원이 이뤄질 것으로 예측된다.
대전의 한 고교 관계자는 “지역에서는 3개교 정도의 자공고 지정이 적당한 것으로 판단되고 있지만 올해 3개교가 추가로 지정돼 자공고의 과열로 이어져 그 의미가 퇴색될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동·서부지역의 대표 고교로 자리잡고 있는 대전고와 충남고 지정으로 자공고의 취지를 왜곡시켜 두 학교간 경쟁을 부추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추첨제로 실시되는 자공고 모집전형도 대전고와 충남고의 경쟁으로 이끌어 지역간 교육 격차 해소는 멀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자공고는 자율형 사립고, 특수목적고 등 학교교육의 다양화에서 이뤄진 것으로, 학생들이 자신의 관심에 맞게 선택할 수 있는 교육의 폭을 넓힌 것”이라며 “학생들이 자신의 목표에 따라 학교를 지원, 다양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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