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정부 예산안에 설계비 52억 반영
충북에 5만기 규모로 2016년 완공 예정
충남 연기에 거주하는 고 모(80) 씨는 6·25 참전유공자다. 그는 6·25전쟁이 발발하자 22세의 나이에 최전선에 투입됐다. 통신병으로 사선을 넘나들던 그는 휴전을 얼마 앞두고 인근에 터진 폭탄으로 청력을 잃는 부상을 입었다.
불구의 몸이 됐어도 여태 국가나 주위에 불평을 해 본 적이 없다. 자신의 희생이 나라의 밑거름이 됐다는 자부심이 컸다. 하지만 고령이 되면서 그에겐 고민이 생겼다. 전쟁때를 제외하곤 고향인 연기군을 떠난 적이 없던 그는 사후엔 고향을 떠나야할 형편에 처했기 때문이다. 인근에 국립대전현충원이 있지만 참전유공자들은 국립묘지 안장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때문에 충청권 참전유공자 가족들은 선산 등에 고인을 모시거나 타 시도에 위치한 호국원에 안장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수도권(경기 이천호국원)과 영남(경북 영천호국원), 호남권(전북 임실호국원)과 달리 충청권은 참전유공자를 안장시킬 보훈시설이 없었다.
앞으로 고 씨처럼 사후에 고향을 등져야할 처지에 놓인 충청권내 생존 참전유공자들도 지역에서 영면(永眠)할 수 있게 됐다.
국가보훈처에 따르면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중부권 호국원 건립과 관련, 설계비 52억 원이 반영됐다.
중부권 호국원은 지역사회의 요구와 대내외적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정부 예산 문제 등으로 지지부진을 면치 못했다.
이에 따라 상당수 참전 유공자들은 사후에 타 지역을 전전하는 불편을 감수해왔다.
이번에 설계비가 확보된 중부권 호국원은 총 사업비 800억 원 규모로, 오는 2016년 완공될 예정이다.
입지는 충북도로 결정됐다. 안장기수도 부지 확보 여하에 따라 5만기 이상 안장할 수 있는 규모로 건립할 예정이다.
국가보훈처 관계자는 금강일보와 전화통화에서 “호국원 유치를 희망하는 충북도내 시·군과 협의를 거쳐 최종 입지를 결정할 것”이라며 “안장인원은 최소 5만기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현재 약 5만-6만명 정도로 추산되는 충청권내 생존 참전유공자들의 불편 해소는 물론 대전 유성에 소재한 국립대전현충원과 더불어 충청권이 명실상부한 국내 호국보훈의 성지로 확고부동한 위상을 갖추게 됐다.
국가보훈처는 이와 함께 현재 안장시설 부족이 우려되는 국립대전현충원에 대해 장사병묘역 1만 4000여기를 확충키로 했다. 또 중부권 외에 제주권에 1만기 규모의 국립묘지를 신규 조성하는 등 안장 시설을 확충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