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운 정치부장

지난 추석 은퇴한 여배우 ‘정윤희’에 대한 특집 방송이 공중파를 탔다. 75년 데뷔 이후 줄곧 정상에 머물며 36편의 영화를 제작하고 다수의 드라마에 출연했던 배우 정윤희에 대한 그리움과 궁금증을 방송의 소재로 삼았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엄청난 시청률을 기록한 것은 물론 방송 후 며칠간 인터넷 포탈에서는 ‘정윤희’가 검색어 톱 그룹을 달렸다. 역대 가장 미모가 뛰어난 여배우라는 극찬을 받았던 정윤희는 85년 결혼과 함께 연예계를 은퇴한 후 지금껏 자신의 사생활을 일절 노출하지 않고 신비주의 속에 살아가고 있다.

특집방송이 진행되는 동안 그녀와 함께 활약했던 배우들이 그녀의 미모와 배우로서의 재질을 한껏 치켜세웠고, 중년이 됐을 모습에 대한 궁금증을 자극했다. 실제로 그녀는 배우로 활동하던 중 빼어난 미모로 국내는 물론 일본과 홍콩, 대만 등 아시아권에서 이름을 떨쳤다. 연기력도 인정받아 두 차례 대종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했고, 백상예술대상 여자 최우수연기상을 받기도 했다. 방송에서는 그녀를 ‘동양의 꽃’이라고 극찬했고, 최초의 한류스타였다고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배우 정윤희에 앞서 6개월 전에는 천재 ‘김웅용’이 화제를 몰고 다녔다. 그가 세계에서 IQ가 가장 높은 사람 3위로 공식 발표됐기 때문이다. 앞서 80년 기네스북에 ‘세계최고의 지능 보유자’로 등재된 김웅용은 2살 때 일기를 쓰기 시작했고 3살 때 한양중학교, 4살 때 한양대학교 물리학과에 입학했다. 7살 되던 70년도에 미국 콜로라도 주립대학교에 입학했고, 74년 열 물리학과 핵 물리학 분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리고는 곧바로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 선임연구원으로 근무를 시작했다. 1개 외국어를 한 달이면 마스터했다는 그는 이미 5살 때 영어, 독일어, 불어, 일어를 구사했고 구구단을 외운지 7개월 만에 수학 미적분 문제를 풀었다고 전해진다.

미국인명연구소 선정 ‘21세기 위대한 지성’, 국제인명 선정 ‘21세기 우수 과학자 2000’에 각각 등재되기도 했던 천재 김웅용은 78년 돌연 미국과 NASA에서의 생활에 환멸을 느낀다며 귀국했다. 검정고시를 통해 81년 충북대학교 토목공학과에 입학한 그는 이후 졸업과 함께 충북개발공사에서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의 직책은 기획홍보부장으로 자신의 나이에 걸맞은 아주 평범한 직책을 맡고 있다. 그러면서도 그는 최근 호주의 테렌스타오(IQ 230)와 미국 크리스터퍼 하라타(IQ 225)에 이어 세계 3위 천재로 공인됐다.

정윤희와 김웅용 이들 두 사람의 공통점은 화려하고 주목받는 삶을 포기하고 아주 평범한 생활인의 길을 택했다는 점이다. 그것도 한 번의 망설임 없이 오롯하게 범인으로서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배우 정윤희는 은퇴한지 26년이 지났고, 과학자 김웅용은 한국에 돌아온 지 33년이 됐다. 이들이 스타와 석학의 길을 포기하고 생활인으로 돌아온 이유는 평범함에 대한 동경에서 비롯됐다. 평범함이 주는 행복의 참맛을 경험한 이들은 과거의 생활로 돌아가지 않았다. 가정을 꾸미고 자녀를 기르고 가사를 돌보거나 직장생활을 하면서 진정한 인생의 재미와 보람을 느꼈기 때문이다.

스타나 석학의 비범한 생활을 경험해보지 못해 그저 동경의 대상으로만 남겨둔 일반인이 그들의 선택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스타나 석학의 부모를 꿈꾸는 부모들이라면 더더욱 그들의 선택을 이해하기 어려울지 모른다. 동양 최고의 미인이란 찬사를 받은 스타도,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지능을 갖춘 천재도 선택은 같았다. 그들은 아무런 특별함도 없는 평범한 생활을 주저 없이 선택했다.

우리들 대다수는 평범함이 주는 행복을 느끼지 못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화려한 생활과 비범한 삶이 주는 고통과 고독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스타를 꿈꾸는 연예인 지망생이 유난히 많고, 자식을 영재나 수재로 키우려는 부모가 유난히 많은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눈앞에 보이는 화려함만 쫓으며 그들이 겪을 내면의 고독을 이해하지 못한 것은 아닌지 깊이 생각해봐야 한다. 내가 누리고 있는 이 평범한 삶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되돌아보고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 10월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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