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권 조정을 둘러싼 검찰과 경찰 간 갈등이 재현될 조짐이다.

법무부와 검찰은 경찰의 수사권한을 대폭 축소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시행령(대통령령) 초안을 지난 10일 국무총리실에 제출했다.

시행령 초안의 골자는 경찰의 내사도 수사의 일부인 만큼 검찰의 지휘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간에는 입건 이전 정보수집, 탐문은 물론 참고인 조사, 계좌추적, 압수수색 등의 조사활동을 모두 내사로 간주해 경찰의 자율에 맡겨왔다. 범죄혐의를 확인해 입건해야 검찰 지휘를 받는 정식 수사가 시작된 것으로 본 것이다.

하지만 초안은 정보수집과 탐문을 제외한 참고인 조사, 계좌추적, 압수수색 등은 수사로 간주해 검찰의 지휘를 받게 했다. 수사의 법률상 개념을 엄밀히 따져 관행적인 내사를 배제하겠다는 취지다.

초안에 따르더라도 경찰이 범죄혐의를 확인하면 피의자로 입건해 수사한 뒤 검찰에 송치하는 수사의 기본시스템은 지금과 같다. 하지만 입건 전 단계에서 지휘를 받지 않고 하던 독자적 내사활동을 할 수 없게 돼 경찰의 권한이 상당히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경찰은 수사권 조정의 근본취지를 망각한 것이라며 반발하고 나서 지난 6월 진통 끝에 봉합됐던 수사권 조정 분쟁이 3개월여 만에 2라운드를 맞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찰은 검찰이 경찰의 고유권한인 내사 범위를 축소하고 지배력을 강화함으로써 형소법을 개정한 국회의 입법결단, 견제·균형을 통해 투명성을 확보하라는 국민적 기대를 저버리려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선 시행령 초안을 놓고 벌이는 양측 신경전은 본 협상에 앞선 기선 제압용 포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초안 내용을 관철시키기 보다는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려는 일종의 전략이라는 것이다.

앞서 지난 6월 1차 수사권 갈등은 검·경의 조직적 반발 속에 김준규 전 검찰총장 사퇴 사태로 이어졌다.

개정 형소법에는 ‘사법경찰관은 모든 수사에 관해 검사의 지휘를 받는다’고 명시하면서 ‘사법경찰관은 범죄 혐의가 있다고 인식하는 때 수사를 개시·진행해야 한다’는 조항을 따로 둬 검찰의 수사지휘권과 경찰의 수사개시권을 양립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수사지휘 범위 등 쟁점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해 논란의 불씨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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