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차별 시장잠식 ··· 중소업자들 거래처 잃어

인천선 진출준비 ㈜대상 사업 일시정지 권고

관평동 CJ 사업조정신청 기간 얼마 남지않아

대상과 CJ 등 식품 분야 대기업들이 경쟁적으로 식자재 도매 유통사업에 뛰어들면서 중소도매업자들의 설자리가 줄고 있다. <본보 8월 26·29·30일, 9월 5일자 등 보도>

대기업과 중소도매업자들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제2의 기업형슈퍼마켓(SSM) 사태’로 확산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SSM과 닮은 형태의 시장 잠식
대기업들의 대전지역 식자재 도매 시장 잠식에 이들과 경쟁하는 기존 중소도매업자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

16일 금융감독원과 대전지역 식자재 도매업계 등에 따르면 현재 식자재 도매업을 시작했거나 준비중인 대기업은 대상을 비롯해 급식업체인 CJ프레시웨이, LG그룹 계열의 아워홈 등이 대표적이다.

대상과 CJ의 경우 지난해부터 대전 식자재 납품 도소매업에 진출, 시장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대상이 70%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계열사인 다물에프에스㈜는 지난해 10월 대전 대덕구 오정동에 위치한 청정물류시스템㈜과 대덕구 상서동 소재 싼타종합유통㈜의 지분을 각각 100% 인수했다.

다물에프에스가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대덕구 오정동 소재 대규모 식자재 매장인 ‘청정물류센터’는 회원제로 운영되며 기존 업체들보다 10~20% 싸게 파는 것은 물론 일반 소비자에게도 도매가격으로 물건을 팔고 있다.

특히 마진율 ‘0’에 가까운 수준으로 특정품목에 대한 할인 행사를 매주 펼치고, 회원들에게 문자메세지를 통해 발송한다.

CJ 역시 CJ프레시웨이를 통해 유성구 관평동에 진출한 상태다.
이들은 농·축·수산물부터 공산품에 이르기까지 기존 식자재 납품업체들이 취급하던 품목을 취급하고 있다.

11년째 식자재 도매업을 하고 있는 도매업자 A(44) 씨는 “이들이 거래처 확보를 위해 사실상 마진 없이 판매하는 통에 기존 거래처들을 잃고 있다”며 “최근에는 이들의 가격인하 공세가 주춤해 졌지만 또 다른 대기업이 진출해 가격 경쟁을 부추길 경우 중소도매업자들을 문을 닫는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사업조정신청으로 막을 수 있나
중소상공인을 보호하기 위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상생법)이 있지만 대기업의 시장진출을 막기엔 역부족이다.

상생법에 따르면 대기업 또는 대기업이 지배하는 중소기업이 새로운 사업에 진출하거나 사업을 확장할 때 기존 지역 중소 상인의 피해가 예상되는 경우 사업조정 신청을 할 수 있다.

중소기업청은 지난 8월 인천지역에서 식자재납품 도·소매업 진출을 준비 중인 대상에 사업 일시정지 권고를 내렸다.

식자재납품업과 관련한 첫 정지 권고다.
사업조정신청은 대기업 등이 사업의 인수, 개시 또는 확장 후에는 그 날부터 90일 이내에 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인천의 경우와는 다르게 대전은 이미 개점을 마친 상황이어서 사업조정신청 효과가 제대로 작용할 지는 미지수다.

대전은 청정물류센터 등의 경우 지난해 문을 열어 이미 사업조정신청 기간을 넘긴 상태고, 8월 개점한 CJ프레시웨이의 경우 사업조정신청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러나 하루가 바쁜 지역 소규모 도매업자들은 비상대책위원회도 구성하지 못한 상황이다.

이광진 대전경실련 사무처장은 “중소도매상인들이 비대위 구성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지만 생업이 바쁜 상인들이다 보니 비대위 구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사업조정신청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아 비대위 구성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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