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서 여학생 환자 속출 ··· 의료진도 '충격'

약물 오·남용 불감증 심각 ··· 실효적 대책 시급

대전에서 일부 여학생들이 ‘약물 부작용을 통한 살빼기’란 극단적 다이어트를 시도하다 병원 응급실까지 실려온 사례가 잇따라 충격을 주고 있다.

최근 10대 청소년들 사이에 일부 해열진통제가 다이어트용으로 둔갑돼 사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실제 대전·충남 학생들에게서 확인된 것으로 관계 기관의 실효적 대처가 시급하다. <본보 10월 14일자 6면 보도>

대전의 모 병원과 학부모 등에 따르면 지난 14일 대전에 거주하는 여학생이 약물 오남용으로 병원 응급실에 긴급 이송됐다.

이 학생은 해열진통제로 알려진 S제약사의 약을 10알 가량 복용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고열과 격한 진통을 호소하다 병원에 실려왔다.

병원 의료진은 이 학생에 대해 위세척과 함께 긴급 조치에 나서 위기 상황은 모면했으나 이 학생의 약물 과다복용 이유가 ‘다이어트’목적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당시 치료에 나선 의료진들도 적잖은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앞서 몇 주전 같은 약물 오남용으로 이 병원 응급실에 실려온 여학생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돼 대전·충남 학생들 사이에 약물 부작용을 통한 다이어트가 이미 만연돼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병원 관계자는 “해열진통제를 과다 복용할 경우 건강은 물론 생명까지 크게 위협할 수 있다”며 “최근 다이어트를 위해 무분별하게 과다복용했다가 병원에 실려오는 학생들이 계속 나오고 있어 교육당국과 지자체의 학생 지도 감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번에 문제가 된 S제약의 해열진통제는 지난해 청소년들이 학교 조퇴를 목적으로 이 약을 악용하는게 문제가 된데 이어 최근엔 다이어트용으로 학생들이 오남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 모 인터넷 포털사이트에는 이 약을 5알 먹으면 3일안에 체중 5kg을 뺄 수 있다는 내용의 학생 글들이 심심찮게 발견된다. 내용은 약을 먹은 뒤 며칠 동안 조퇴하고 토하고 끙끙앓으면서 결국 살이 빠졌다는 것. 이를 접한 학생들은 약물 오남용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면서도 단지 살을 빼겠다는 유혹에 집착해 약물 복용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문제의 약에는 IPA(이소프로필 안티피린)란 성분이 함유됐다. 이 성분은 의식장애와 같은 치명적 부작용과 골수 억제 작용에 의한 과립구 감소증 및 재생불량성 빈혈 등 혈액질환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이 성분에 대해 허가하지 않고 있고, 아일랜드 등에서는 시판이 금지돼 있다.

이에 따라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지난 1월 IPA 성분이 함유된 약품을 생산하는 제약사를 상대로 안전성 검토를 하지 않을 경우 품목취하 결정을 하겠다고 통보했고, 현재까지 D제약 A 제품을 포함한 11개 약품의 품목이 취하됐다. 이들 제약사는 IPA 성분을 뺀 약으로 대체한 상태.

그러나 S제약은 안전성 논란을 빚고 있는 이 시판약에 대해 자체 조사 중이라면서도 최근에 아이돌 그룹을 기용해 약 홍보 광고까지 나서 도덕적 비난을 받고 있다.

병원 관계자는 “일부 학생들이 자신의 건강과 생명을 담보로 한 극단적 다이어트에 나서는 등 약물 오남용에 대한 불감증은 심각한 수준이지만 관계기관의 지도 감독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약물 오남용은 생명에 큰 위협이 되고 후유증도 남길 수 있는만큼 즉각적인 대책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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