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조직이든 가장 중요한 첫 번째 고객은 직원이다. 직원들의 마음조차 움직이지 못하면서 일반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는 없다. 또 직원조차 설득하지 못하면서 대중을 감동시킬 수는 더더욱 없다. 기업주가 자신이 경영하는 회사 직원들에 대한 불만이 가득하고 불신이 팽배해 있다면 그는 결코 회사를 성공으로 이끌 수 없을 것이다. 이런 회사의 경우 직원들 또한 대표이사나 임원들을 신뢰하지 못하고 호시탐탐 회사를 떠날 기회만 엿보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故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은 ‘疑人勿用 用人勿疑’라 했다. 믿을 수 없고 의심이 간다면 채용하지 말고, 믿고 채용했으면 끝까지 믿고 의심하지 말라는 뜻이다. 직원에 대한 신뢰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직원이 회사의 가장 큰 재산이기 때문이다.
상품판매 또한 마찬가지다. 직원이 시작이요 끝이다. 자신의 회사와 생산한 제품에 대한 자부심과 애착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자사 상품이 경쟁사의 그것에 비해 다소 경쟁력이 떨어지더라도 장점을 부각시키면서 소비자를 설득해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이다. 진심으로 최선을 다해 설득해야만 소비자나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판매에 나서는 직원 스스로도 자신이 팔려고 하는 상품에 대한 확신이 없어서야 어떻게 다른 사람을 설득할 수 있겠는가. 일선에서 소비자를 만나는 직원들의 마음자세가 그래서 중요하다. 또한 이들이 진심으로 회사를 아끼고 사랑해야 소비자를 설득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이나 불만사항 등을 상품개선에 반영해 경쟁력을 제고시킬 수 있다. 직원을 이 같이 만드는 것은 CEO의 몫이다.
더욱이 그것이 행정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회사처럼 행정은 눈에 보이는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이 만져지지도 보이지도 않는 정책이 많기 때문이다. 수장이 극히 일부 브레인들과 정책을 개발하지만 시행단계에서는 직원들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수적이다. 직원들의 도움 없이는 어떤 정책도 제대로 전달하고 침투시켜 시행할 수 없다. 따라서 직원들의 자세가 성패를 좌우하는 관건이 된다. 그래서 어떤 정책을 펴려면 우선 직원들을 이해시켜야만 한다. 아무리 훌륭한 정책도 수장 혼자 또는 일부 고위직이 모든 주민들을 만나고 전파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도청 전 직원들을 상대로 업무보고를 해 화제가 되고 있다. 안 지사는 지난 1일 도청에서 열린 직원대상 업무보고에서 업무혁신을 위해서는 상호대화를 통한 이해가 필요하며 직원들이 도지사에게 업무를 보고하듯 도지사도 직원들에게 업무보고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 이 자리를 만들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고 한다. 이날 안 지사는 지난해 7월 취임한 후 추진해 온 행정혁신, 3농혁신, 자치분권 등에 대해 설명하면서 11월의 주요 업무도 보고했다고 한다. 안 지사가 가장 중요한 고객인 도청 직원과의 거리 좁히기에 나선 것이다. 우선 직원들의 이해를 구하고 참여도를 높여야 그들이 일선 시·군 공무원과 주민을 설득하고 이해시켜 정책이 빠르게 뿌리내릴 수 있다는데 공감한 것이다. 안 지사가 직원을 상대로 업무보고를 한 것은 칼자루도 중요하지만 칼끝이 핵심이라는 사실을 실감한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안 지사의 이 같은 업무보고에 대해 상당수 직원들은 신선한 충격이고 그야말로 발상의 전환이라는 반응이다. 이들은 형식이야 어떻든 직원과 정기적으로 소통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또 이 같은 직원과의 소통 노력이 민선 5기에 그치지 않고 지속되길 희망하는 바람도 곳곳에서 묻어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인기에 영합하기 위한 일시적이고 전시적인 또 다른 행정으로 전락하지 않을 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또 그동안 매월 개최해 온 월례조회의 이름만 바꿨을 뿐 달라진 것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부 기업과 관공서는 직원 섬김을 주창하며 발을 씻어 주는 세족식을 갖는 등 대대적인 행사를 개최했으나 용두사미가 되고 말았다. 직원들의 우려가 현실이 되지 않도록 안 지사의 업무보고가 진심을 담아서 오래도록 지속되고 다른 기관이나 단체로 확산되기를 희망한다. 또 직원대상 업무보고가 사기진작으로 이어지고 행정의 효율성을 제고하는 단초가 되길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