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 사만자 속출…'방치된 죽음'
보건당국 사회안전망 허점 비판론 고조
지자체 예방대책도 안내문 배포 등 고작

살림살이가 빠듯하기는 여느 독거노인들과 마찬가지다. A 씨는 먹거리라도 해결할 요량으로 주변 텃밭에 고추와 깨, 배추 등을 재배하며 삶에 대한 의지를 놓치 않았다. 그런 A 씨가 몸에 열이 나는 등 이상 증세를 보인 것은 지난달 중순경이다. 인근 중소병원을 찾은 A 씨는 병원으로부터 쯔쯔가무시 판정을 받고 입원을 권유받았다. 감염 의심장소는 A씨의 텃밭. 하지만 A 씨는 그날 바로 퇴원했다. 경제력이 여의치 않았다. 퇴원한 A 씨는 그 다음날 집에서 고열에 사경을 헤매는 모습으로 동네 지인들에게 발견됐다. 주위의 도움으로 병원의 응급실에 실려왔으나 하루를 버티다가 결국 지난달 19일 숨을 거뒀다.
대전·충남지역 노인들이 감염병과 사투(死鬪)를 벌이고 있다.
평소 물샐틈 없는 사회안전망을 표방하는 정부, 지자체, 보건당국이 법정감염병으로 지정하는 등 특별한 관리감독을 하는 와중에서다.
잇단 사망자 속출에 보건당국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느냐는 비판론이 나오는 실정이다.
<본보 11월 4일 6면 보도>
◆지난 10월 한달간 대전·충남 사망자 속출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 10월 한달간 법정감염병인 쯔쯔가무시병으로 숨진 사람이 전국적으로 4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쯔쯔가무시병은 털진드기와 진드기유충에 의해 옮겨지는 법정 감염병이다. 가을 수확철이나 등산객, 군인들에게 집중 발병되고 있으나 사망자가 보고되기는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금강일보가 확인한 전국 사망자 4명 가운데 3명은 대전과 충남지역 거주자인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달 19일 충남 모 시·군에서 숨진 A 씨 외에 같은달 22일 대전에서 B 씨가, 같은 달 30일 충남의 또 다른 중소도시에 거주하는 C 씨가 차례로 숨졌다.
이들은 대부분 독거노인이거나 기저질환을 앓고 있던 고령의 노인들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의 생계여건 또는 건강 상태상 지자체 보건당국 또는 사회복지 부서의 관리 대상이나 고열에 시달리다가 합병증으로 숨질때까지 제대로 된 조치는 받지 못했다.
오히려 A 씨의 경우처럼 병원을 찾았다가 입원비 문제로 퇴원해 죽음을 맞기까지 했다. 사실상 방치된 것이다.
◆잇단 사망자 발생 충남도, 알고보니 전국 발병환자수 4년째 1위
지난 10월부터 지난 3일 현재까지 쯔쯔가무시병 감염 환자수는 전국적으로 2302명이 발병했고, 이 중 50%를 넘는 1234명이 입원 조치된 것으로 질병관리본부에 보고됐다.
감염 환자수는 충남도가 이 기간동안 343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았다.
하루 10명꼴로 병원을 찾은 것으로, 이 가운데 입원환자수도 211명으로 입원율도 전국 평균을 웃도는 무려 60%대에 달했다.
특히 충남도내 쯔쯔가무시병 환자수는 지난 2008년 이후 내리 4년간 전국 1위.
◆정부·지자체 법정감염병 예방대책 실효성 논란
잇단 사망자 발생에 정부와 지자체의 감염병 관리대책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충남도 관계자는 이 같은 논란에 대해 “환자 발생을 낮추기 위해 예방사업을 꾸준히 하고 있다”며 “다만 쯔쯔가무시병은 논·밭에서 옮겨질 위험이 높으나 시골 어르신들 중 일부는 평소 습관을 이유로 작업하던 옷을 그대로 입고 자다가 병에 걸리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감염병에 대한 주민들의 안일한 의식과 개인위생 부주의 등이 보다 근본적인 문제란 것이다.
충남도에 따르면 올해 도내 쯔쯔가무시 예방사업에 국비 4000만 원을 포함해 약 1억 3000만 원의 예산을 책정해놓고 있다. 하지만 예방 사업을 살펴보면 실효성을 기대하기는 힘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감염병 예방수칙을 담은 안내문을 농가에 배포하거나 논밭에서 일할 때 착용하라는 토시 지원, 유충이 몸에 달라붙는 것을 차단하는 스프레이 기피제 지원 등이 전부다.
대전·충남 의료기관의 한 관계자는 “병원비용 때문에 귀가했다가 숨진 독거노인 사례처럼 현재의 예방대책은 정부·지자체 주도라기 보다 환자 개개인의 판단과 주의에 의존도가 높은 경향이 있다”며 “특히 농어촌은 물론 최근 들어 대도시 지역도 가족들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독거노인, 노인부부 등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이 같은 대책이 적절한지 재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 같은 관리체계의 허점은 쯔쯔가무시병 뿐만 아니라 여타 법정감염병도 마찬가지란데서 심각성은 더욱 크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