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방법도 치료법도 전무 ··· 젊다고 안심 못해
드라마 ‘천일의 약속’이 화제를 모으면서 극중 인물 서연(수애)이 앓고 있는 알츠하이머형 치매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보건복지가족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치매 환자는 2008년 42만 1000명에서 올해 46만 9000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상태로라면 2012년에는 52만 명, 2020년에는 75만 명이 될 것으로 전망할 정도로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우리나라 전체 치매 환자의 대다수가 적절한 진단이나 치료 없이 단순 보호 또는 방치 상태에 놓여 상태를 더욱 악화시킨다는 것이다.
때문에 치매에 걸리게 되면 환자 자신은 기억력 상실, 언어장애, 행동장애 등으로 환자 자신이 일상생활에 큰 어려움을 겪게 될 뿐 아니라 환자 가족은 치매 환자를 돌보기 위한 경제적, 정신적 부담을 짊어지게 된다. 단순히 한 사람만 문제가 아니라 한 가족을 황폐화시킬 수 있는 치매에 대해 을지대학병원 정신과 유제춘 교수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 치매, 지적 기능이 저하된 상태
치매란 뇌의 기질적 병 때문에 후천적으로 기억, 언어, 판단력 등의 여러 영역의 인지기능이 떨어져 일상 생활이나 대인 관계에 지장을 초래할 만큼 지적 기능이 저하된 상태를 일컫는다.
치매의 원인으로는 퇴행성 질환(알츠하이머병), 뇌혈관 질환(혈관성 치매), 대사성 질환, 내분비질환, 감염성 질환, 중독성 질환, 뇌종양 등 여러 종류가 있는데, 그중에서도 알츠하이머 치매는 전체 치매의 50~70%를 차지하는 가장 흔한 유형이다.
뇌혈관성 치매는 심장병이나 고혈압, 동맥 경화 등을 원인으로 하고 뇌경색이 재발 또는 진행하면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알츠하이머병은 원인에 대한 정확한 규명이 되어 있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에 근본적인 치료가 힘든 병으로 알려져 있다.
단 알츠하이머병을 앓는 환자들의 뇌에서 아밀로이드라 부르는 단백질이 일종의 노인성판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 공통적으로 발견되는데 이것이 알츠하이머의 원인일 것이라 여겨지고 있다.
# 건망증, 치매의 시작 아니다
치매 중 가장 대표적인 알츠하이머는 증상을 3단계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제1기는 ‘건망기’라 하는데 기억을 하지 못하는 정도의 가벼운 증상에서 시작돼 차츰 기억력의 저하가 나타나는 단계이다.
자주 깜박깜박하는 사람들은 한번쯤 ‘나도 치매인가’하는 의심을 할 때가 있다.
그러나 건망증이 모두 치매의 시작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건망증의 경우에는 사건이나 경험의 내용 중 일부분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반면, 치매 환자의 경우에는 그러한 사실이나 경험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를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또 건망증의 경우에는 기억나지 않던 부분이 어느 순간 다시 떠오르는 경우가 많지만, 치매 환자에서는 그런 경우가 거의 없다. 또한 치매는 건망증과 달리 진행성 장애이기 때문에 기억력 장애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심해지게 된다. 따라서 기억력이 계속해서 나빠진다면 건망증보다는 치매를 의심해 보아야 한다.
제2기는 ‘혼란기’로 시간적, 공간적, 사회적으로 자신이 어떤 위치에 있는가를 의식하지 못하고 때로 공격적인 성향을 띠기도 한다. 기억 장애가 심해져서 방금 밥을 먹었는데도 그것을 잊고 가족이 자신을 학대하고 있다는 망상을 하거나, 자신이 잃은 물건을 다른 사람이 훔쳐 갔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적당한 단어를 구사하는 능력을 잃어 어색하게 말하거나 정확하지 못하게 말을 하기도 하는 것이 이 시기의 특징이다.
제3기는 ‘치매기’라 하는데, 기억, 판단, 인식, 행위 등 모든 기능이 현저하게 저하되고 마침내 인지, 사고, 판단이라는 지적 활동을 하는 대뇌의 고유기능이 없어진다. 같은 말을 앵무새처럼 되풀이하다가 결국에는 차츰 말을 하지 않게 되어 무언 상태가 되기도 한다. 아무 때나 아무 곳에서나 배설하고 대부분의 기억이 상실되어 가족의 얼굴도 알아보지 못할 수 있다. 알츠하이머병의 경우 이러한 치매 증상은 점점 악화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 약물 치료로 우울 등의 이상행동 줄일 수 있어
알츠하이머병의 근본적인 치료법이나 예방약은 아직 없으나 병의 진행 속도를 늦추며 이상행동들을 줄일 수 있다고 인정되어 사용되는 약물들이 있다.
아세틸콜린(acetylcholine)의 작용을 활성화시키는 약물로 알츠하이머병의 경우 인지기능에 관여하는 아세틸콜린이라는 신경 전달 물질이 많이 저하되어 있는 점에 근거하여 이를 보충해주는 치료제가 있고, 최근 글루타메이트라는 신경 전달 물질과 관련해서 작용하는 NMDA 수용체 길항제가 임상적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그 외에도 아밀로이드 단백질의 생성 과정에 관여하는 약물 등 여러 가지 후보 약물들이 개발되고 있다.
을지대학병원 정신과 유제춘 교수는 “치매에 흔히 동반되어 나타나는 망상이나 불안, 공격적인 행동, 우울 등의 이상행동들에 대하여 적절한 약물 치료를 받으면 환자 본인과 주위의 가족들에게 병으로 인해 받을 수 있는 고통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 가족 모두가 책임을 나눠야
치매는 당사자인 환자는 증상을 잘 모르거나 표현할 수 없는 대신 환자 가족들이 고통을 호소하게 되는 병이다.
따라서 치매는 환자는 물론 가족 등 돌보는 사람이 병을 이해하고 치료와 간호 수칙을 잘 알아두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우선 자신의 가족이 치매에 걸렸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온 가족이 치매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환자를 돌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의사소통은 언어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이나 표정으로도 나타낼 수 있으므로, 대할 때 행동이나 표정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도록 하며, 환자에게는 하기 쉬운 간단한 활동을 담당하도록 해서 환자의 잔존기능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
또 가족 한 사람이 모든 책임을 떠안지 말고, 가능하면 온 가족이 책임을 나누도록 해야 한다.
도움말=을지대학병원 정신과 유제춘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