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안ㅁ대병원서 동병상련·희망 나눈 박응준·김태연 씨 가족

간암투병을 해오던 아버지에게 나란히 간기증을 한 두 가정이 성공적인 수술 뒤 돈독한 이웃사촌까지 됐다.
자식들에게 짐이 될까 한사코 간이식을 거부하던 부친과 결혼식을 미루면서까지 수술대에 오르길 자청한 자녀.
이들의 지극한 가족애는 생사를 오가던 가족의 생명을 되찾고 메마르고 각박해진 요즘 세태에 잔잔한 감동을 전하고 있다.
남부러운 효심의 주인공은 박응준(59) 씨와 김태연(48) 씨 가족.
박 씨와 김 씨는 각각 충남대병원(원장 송시헌)에서 간이식 수술을 받은 뒤 현재 빠르게 회복 중이다.
현재는 건강을 되찾아 가족들과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지만 얼마전까지만 해도 얼굴에 그늘이 가실 날이 없었다.
박응준 씨는 자신 모르게 간이식 적격자 검사를 받고 수개월간 아버지를 설득해 온 막내딸 박영애(27) 씨로부터 지난 7월 9일 생체간이식 수술을 받았다.
간경변증과 간암으로 투병 중이던 박 씨는 처음에는 이식을 완강히 거부했다.
하지만 수 차례 응급실에 실려오고 간암 수술을 받는 등 증세가 악화되자 결국 딸의 끈질긴 요청을 받아들이게 됐다.
특히 박영애 씨는 결혼을 앞두고 있었지만 결혼을 미루면서까지 아버지를 위해 수술대에 올랐다.
예비신랑도 박 씨의 결정을 존중하고 박 씨의 투병생활에 힘을 보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씨 가족이 김태연씨 가족과 연을 맺게된 것은 이 때.
성공적인 수술로 건강을 되찾은 박 씨는 같은 병동에서 비슷한 경우로 고민 중이던 김태연씨를 찾아가 수술을 결심하게 된 동기와 성공적인 수술로 건강을 되찾게 된 과정 등을 들려줬다.
김태연 씨도 막내 아들 현우(20) 씨가 1년 전부터 아버지 모르게 간 이식 적격자 검사를 받고 아버지를 설득해 왔다. 김 씨 역시 한사코 반대했지만 간경변증과 간암이 악화돼 수 차례 내과적 치료와 중재적 시술을 겪은 후 아들과 박응준씨의 권유를 받아들여 지난달 19일 수술을 받았다.
이후 두 가족은 지속적으로 만나 정보를 교환하며 건강 회복에 힘쓰는 등 친분을 이어 오고 있다.
간 기증으로 새 삶을 찾은 박응준씨와 김태연씨는 “자녀에게 빚진 심정으로 가정의 화목과 이웃을 위해 베풀며 살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수술을 집도한 충남대병원 외과 전광식 교수는 “성공적인 간 이식 수술로 두 분의 건강은 빠르게 회복되고 있으며 가족간의 숭고한 사랑에 박수를 보내드리고 싶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서이석 기자 abc@ggilbo.com
사진설명: 좌측부터 박영희 수간호사, 전광식 교수, 박응준씨의 막내딸 박영애씨, 박응준씨, 김태연씨, 김태연씨의 막내아들 현우씨, 외과 송인상 교수, 주치의 안병현 교수. 충남대병원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