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주부 김모씨는 병원을 찾았다가 전문의로부터 폐경이 의심된다는 진단을 받았다.

그는 얼마전부터 얼굴에 뜨거운 기운이 느껴지는 일이 잦아졌다. 낮은 물론 밤에도 얼굴이 갑작스럽게 달아오르는 일이 반복되며 내심 큰병이 아닌가 시름에 빠지기도 했다. 고민에 불면증도 생겼다. 또 괜한 짜증이 늘면서 사소한 일로 남편과 자녀들과 다툼이 많아졌다.

갱년기 여성에서 흔히 나타나는 폐경은 여성의 일생에서 마지막으로 경험하게 되는 월경을 의미한다.
나이가 들면서 난소가 노화돼 더 이상 여성호르몬을 만들지 못해 나타나는 현상으로 여러 신체적, 정신적 증상과 더불어 뼈와 심혈관 기관에 해로운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보고되고 있다.

폐경은 현대에 들어서 중요한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현대의학의 발달로 우리나라 여성의 평균 수명이 83.8세로 (2009년 통계청 기준) 연장되면서 폐경을 한 후 사망하기까지의 기간이 여성의 일생에 있어 3분의 1이상을 차지하게 됐기 때문이다.

# 엄마가 갑자기 달라졌다
폐경이 다가오거나 폐경이 되면 가장 먼저 흔히 경험하게 되는 것이 안면홍조다. 안면홍조는 얼굴이나 목, 상체에 갑자기 뜨거운 기운이 느껴지면서 달아오르는 현상이다. 따뜻한 환경이나 긴장을 하는 경우 특히 잘 발생한다. 이때 가슴이 두근거리고 곧 이어 식은땀이나 한기가 들기도 한다. 안면홍조가 밤에 심해지는 경우도 많은데, 이런 경우는 불면증이나 수면장애를 유발해 만성적인 피로, 집중력 저하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감정의 기복이 심해지면서 신경질이 나거나 화를 내는 경우가 잦아지고, 불안이나 의욕저하, 우울감과 같은 정신심리적인 증상을 경험하는 경우도 많아 가정이나 사회생활을 하는데 지장을 초래하기도 한다. 어느 정도 시간이 경과되면 질이나 요도와 같이 여성호르몬의 영향을 받는 비뇨생식기관에도 위축이 일어나는데, 질 분비물이 감소하고 성관계 시 통증이 유발될 수 있으며, 질염과 같은 감염이 생기기 쉽고, 빈뇨나 야간빈뇨, 절박뇨, 요실금 등이 발생하기도 한다. 피부는 얇아지고 주름이 생기며 피지분비능력이 떨어져 건조해지고 푸석해지기 쉽다. 이 밖에 근육통이나 관절통, 기억력저하, 우유부단, 손발 저림과 같은 증상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 폐경 후 위협받는 뼈
여성호르몬이 부족해지면서 더 심각한 변화는 고혈압, 고지혈증, 뇌졸중, 협심증, 심근경색증과 같은 심뇌혈관질환의 발생이 급격히 증가하고, 뼈 소실이 빨라지면서 골다공증과 그로 인한 골절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실제 폐경 전 여성은 같은 또래의 남성에 비해 고혈압이나 고지혈증의 유병률이 상대적으로 매우 낮으며 심뇌혈관 합병증이 발생하는 경우도 지극히 드물다. 그러나 50세 전후로 폐경이 오면서 이런 질환에 대한 보호 효과가 사라지고, 이후 이들 질환의 유병률이 급격히 증가하며 결국 남녀 차이도 없어지게 된다.

남성들에게 골다공증이 70∼80대에 발생하는 것과 달리 여성은 폐경 직후부터 일어나는 급속한 뼈 소실과 함께 증가하며 손목골절의 빈도가 증가되고 이후 나이가 들면서 척추와 대퇴골 골절의 빈도도 증가된다.

이렇게 발생한 뼈의 변형은 일상생활을 하는데 어려움을 유발할 수 있고, 요통과 같은 증상을 동반한다.
심한 경우 남은 일생동안 독립적인 생활을 할 수 없는 상황을 초래하기도 한다. 또 척추나 대퇴골 골절은 사망의 위험을 증가시킬 수도 있다.

# 자연스런 노화현상?…다양한 치료법 개발
과거에는 폐경이 나이가 들면서 겪게 되는 자연스러운 노화현상으로 생각하고 이에 대한 치료나 예방에 대한 개념이 없었다. 하지만 1990년도 초반부터 여러 진단방법이 개발되고 여성호르몬 치료를 시작하면서 증상완화는 물론 이로 인한 합병증을 예방, 더 건강하고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게 됐다.

여성호르몬 치료 대상은 수술로 난소를 제거해 조기폐경되거나 자연폐경이 된 여성이며, 기본적인 검사를 시행한 후 시작할 수 있다. 여성호르몬 치료를 하는 동안에는 매 1년마다 정기검진을 통해 폐경이나 호르몬치료에 의한 합병증 여부를 확인한다. 이때 향후 여성호르몬 치료를 지속적으로 할 것인지를 상의해 결정한다.

# 여성호르몬 치료, 이해득실 따져 결정해야
과거 관찰연구결과에서 여성호르몬 치료는 폐경증상을 개선하고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을 낮출 뿐 아니라 골다공증에 의한 골절 예방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 폐경증상의 완화와 골다공증 예방을 위해 널리 사용됐다. 그러나 2002년 폐경여성 1만 60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미국의 대규모 임상연구결과에서 여성호르몬치료에 의해 유방암 위험이 26%, 관상동맥질환의 위험이 29%, 심부정맥혈전색전증의 위험이 2배 증가되는 것으로 나타나, 호르몬치료를 받는 여성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우리나라 여성의 경우 미국과 달리 유방암의 발생률이 6분의 1로 적고, 특히 폐경 전 여성이 폐경 후 여성보다 2배 더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에서 시행된 임상연구결과를 우리나라 여성에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즉, 우리나라 폐경 후 여성에서 유방암의 발생위험은 12분의 1정도이고, 실제 여성호르몬 치료를 하다가 유방암에 걸릴 위험은 더 낮아 0.01% 미만이라고 할 수 있다.

또 폐경 후 호르몬치료를 50대, 즉 폐경 후 10년 이내에 시작하는 경우는 심혈관 질환에 대해 안전할 뿐 아니라 오히려 보호효과도 기대되고 있어 폐경 후 10년 이내 또는 60세 이전이라면 안전하게 여성호르몬 치료를 고려해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여성 호르몬치료를 시작하거나 유지할 때에는 반드시 의사와 상의해 치료로 얻게 되는 이득과 치료로 인한 위험을 잘 따져보고, 위험요인이 있는 경우라면 대체 치료 방법 등을 고려하여 결정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 5년 이상이나 고령 여성 신중히 치료해야
여성 호르몬치료를 안전하게 하기 위해 여성호르몬과 유사한 작용이 있는 비호르몬제를 사용하거나 저용량 호르몬치료를 해 볼 수 있다. 특히 여성호르몬과 관련된 암 발생위험이 있거나 고령의 경우는 우선적으로 호르몬치료보다 다른 대체 치료방법을 고려해야 한다.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이 높으면서 고지혈증이 있는 여성은 고지혈증치료약물을 사용하고, ▶관상동맥 질환의 위험이 높은 여성은 관상동맥질환의 위험을 증가시키는 요인, 즉 혈압이나 당뇨병, 고지혈증 등에 대한 치료와 저용량 아스피린치료를 우선적으로 고려한다. ▶골다공증이 있거나 골다공증에 의한 골절의 위험이 높은 여성이라면 골다공증 치료제를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중등도 이상의 폐경 증상이 있거나 조기폐경이 된 경우 골다공증을 예방해야 하는 초기 폐경여성이라면 여성호르몬 치료가 우선적으로 적응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정리=서이석 기자 abc@ggilbo.com

도움말=을지대학병원 가정의학과 최희정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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