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 걸겠다던 조현오 "유감"
수사경과 포기 등 경찰의 집단 반발을 불러일으켰던 검·경수사권 조정안이 27일 국무회의에서 원안대로 통과했다.
경찰의 내사(內査) 권한을 보장하되 검찰의 사후 통제를 받도록 한 게 주요 골자로, 경찰이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다만 대응 수위는 한발 물러선 분위기다. 수사권 조정이 안 되면 직에 연연하지 않겠다던 조현오 경찰청장도 사퇴 대신 유감 표명과 일본식의 절충형 수사구조 추진으로 자신의 입장을 갈음했다.
정부는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어 검사의 사법경찰관리에 대한 수사지휘 및 사법경찰관리의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제정안은 경찰이 피의자 신문조서 작성, 긴급체포, 현행범인 체포 등을 하고도 입건하지 않고 내사를 종결하더라도 검찰에 관계서류와 증거물을 제출하도록 했다.
또 검사의 수사지휘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사법경찰관이 검사에게 이의제기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를 신설하고, 수사지휘는 서면 지휘를 원칙으로 했다.
앞서 국무총리실은 지난달 23일 강제조정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의 조정안을 발표했으며 입법예고 기한이 끝난 뒤에도 검경간 조율에 실패하자 지난 22일 원안 그대로 차관회의를 통과시켰다.
검·경 수사권 조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원안대로 통과되자 조현오 경찰청장 등 주요 간부들은 이날 오전 10시경 회의를 열어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조현오 경찰청장은 이날 10만 경찰에 보낸 서한문을 통해 유감의 뜻과 함께 “참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조 청장은 “다만 이 과정을 통해 수사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혁하려면 형사소송법 재개정이 필요하다는 점을 확인했고 그 추진동력도 확보하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그러면서 “수사는 경찰, 기소는 검사에게 맡기는 영·미식 수사구조가 바람직하지만 현실 여건 등을 감안할 때 경찰이 1차적·본래적 수사기관으로서 책임 수사하고 검찰은 송치 후 종결권·기소권으로 경찰 수사를 사후 통제하는 일본식의 절충형 수사구조를 추진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최소한 형소법 제196조 제1항과 제3항의 삭제가 우선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검·경 수사권 문제는 시행령의 내용 자체보다는 근본적으로 양 기관의 불신에 원인이 있다. 이제 검찰과 경찰 모두 인식의 변화와 함께 서로 존중하면서 국민의 인권과 수사의 효율성을 위해 협조해야 한다”고 주문했다고 청와대 측은 전했다.
또 김황식 국무총리도 “이번 사태를 통해서 경찰을 많이 배려했다. 수사지휘는 모두 서면으로 하게 규정이 돼서 현장에서 실효성 있게 적용되기를 바란다”며 “논란이 계속 되는 것은 국민에게 국정운영과 관련해 큰 실망을 드리는 것인 만큼 논란을 종식하고 빨리 일을 시작하자”고 진화에 나섰다.
서이석 기자 abc@ggilbo.com
